“지금 김치본드 시장의 큰손은 중국계 금융기관입니다.”

이기우 KB증권 상무 "지금 김치본드 큰손은 중국계…투자 수요 더 늘 것"
이기우 KB증권 신디케이션본부 상무(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계 은행의 투자수요가 늘면서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통로가 다변화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치본드는 국내외 발행사가 달러나 위안, 엔 등 외화 표시로 찍는 국내 채권이다. 최근 중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매수하고 있다. 중국계 은행 한 곳이 약 1억~2억달러(약 1400억~2800억원)를 투자하거나, 2~3개 은행이 함께 투자하는 방식이다. 중국계 은행은 국내 카드사, 캐피털사 등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의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거나 중국계 금융기관과 거래관계가 있는 제조기업도 투자 대상이다.

증권업계는 앞으로 김치본드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달 현대커머셜의 4억 위안(약 875억원) 발행을 시작으로 김치본드 발행·인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매월 최소 1건씩 김치본드가 발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이 상무는 “중국 투자자들은 국내 회사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양호한 투자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엔화 표시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원화 회사채가 아닌 외화 표시 김치본드를 발행하는 이유는 고금리와 투자 수요 위축이다. 올해 회사채 발행 물량은 작년 대비 15~20%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같은 회사채를 발행해 차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조달 시점을 연기하거나 다른 조달 수단으로 우회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단기자금 시장에서 필요한 자금만 융통한 뒤 금리가 안정되면 다시 장기 회사채 시장으로 돌아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기업어음(CP)과 은행 대출, 메자닌 등을 저울질하며 조달 방법을 다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회사채 시장의 매수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최근까지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채권 투자가 기관투자가의 빈자리를 상당 부분 메웠으나, 지난 11일부터 신규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

채권 수요가 줄어들면서 증권사 기업금융(IB)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우량 발행사로부터 거래를 따내는 게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투자자 수요를 먼저 찾아 발행사와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상무는 “지금은 유동화증권과 해외채, 김치본드 등을 활용해 투자자가 원하는 수익률을 만들어주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