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공장 자동화를 촉진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민간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30일 공개한 ‘노란봉투법이 자동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파업 비용이 불어나면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공장 자동화에 자본을 더 투자할 것으로 분석했다.
노란봉투법의 역설…"공장 자동화 가속화로 일자리 22만개 사라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인용률이 67%에서 52%로 15%포인트 하락할 경우 공장 자동화가 0.4% 촉진되고 일자리는 7만3000개(0.3%) 줄어든다. 소송 인용률이 22%로 떨어지면 일자리는 21만9000개(1%) 감소한다. 경제 모형은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의 내생적 성장모형을, 손해배상청구소송 인용률은 2022년 고용노동부 실태 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보고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손해배상 인용률이 감소하면 노조의 파업 유인이 증가하고 노조 협상력이 강화된다”며 “이로 인해 기업 인건비가 증가하면 기업은 자동화 자본을 늘리고 노동 수요량을 줄인다”고 분석했다.

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 시행된 뒤 노동계 파업은 증가하고 있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강화되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 등이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된 것도 노조 파업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으로 거론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근로기준법으로 직원을 해고하기가 어려운 기업들이 신규 채용부터 줄여나갈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청년 일자리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발전도 공장 자동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 포스코,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이 휴머노이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최근 삼성전자 등에서 시작된 ‘n% 성과급’ 사태가 사회 이슈로 확산하자 기업들이 공장 자동화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로봇을 투입하면 사망, 사고 등으로 인한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 자동화는 대기업에서 더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노조에서 파업이 더 조직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2009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노조의 불법파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2753억원) 중 80.9%(2227억원)가 현대제철, 대우조선(현 한화오션), 현대차 등 상위 9개 기업에서 나왔다. 원청에 대한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도 공장 자동화를 불러올 수 있다. 조인선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원청 업체들이 노사 협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하청 업체와의 용역 계약 범주를 줄이고 자동화 투자를 늘릴 개연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국내 주요 기업이 이미 공장 자동화 등을 통해 신규 고용을 줄이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은 “노사 교섭 시 임금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고용 확대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