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총파업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혁 기자
지난 7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총파업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혁 기자
해외에선 노사 협상 과정에서 기존 근로자의 임금·고용뿐 아니라 미래의 근로자를 위한 신규채용과 고용확대까지 의제로 다루는 사례가 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노조의 교섭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에서도 임금·성과급에만 머물지 않고 신규채용과 고용확대를 노사협상의 한 축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가전부품업체 EGO는 2024년 노사협의를 통해 매년 20개의 견습생 자리를 새로 만들고, 기간제 생산직 근로자에게 정규직 전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업황 악화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기존 근로자들이 일부 근로조건을 양보하는 대신 회사는 고용을 유지하고 미래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노사가 타협점을 찾았다. 기존 근로자의 몫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기회까지 협약에 담은 것이다.

독일 조선업체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tkMS)와 독일 금속노조(IG Metall)의 ‘미래단체협약(Zukunftstarifvertrag)’도 비슷한 사례다. 수주 지연으로 최대 5년간 일감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사는 직업훈련생 채용 인원을 보장하고, 별도 사업장협약을 통해 교육을 마친 직업훈련의 고용 승계까지 명시했다. 생산량과 생산성뿐 아니라 근로자가 참여하는 ‘조선소 미래 콘셉트’를 마련해 사업장의 장기 경쟁력과 고용 문제를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은 노사협상을 넘어 생산성 향상의 목표 자체에 ‘고용확대’를 포함시켰다. 일본은 1955년 일본생산성센터를 설립하면서 ‘생산성운동 3원칙’을 내걸었다. 첫 번째 원칙이 ‘고용의 유지·확대’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고용이 늘어야 하며, 단기적으로 잉여인력이 발생하더라도 해고보다 직무전환·재배치를 통해 실업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일본생산성센터는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노사가 함께 나누는 구조를 통해 생산성 제고와 고용 확대를 함께 추구해왔다.

한국도 노조의 교섭력 강화가 노동시장에 아직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의 고용사다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해외 사례가 주는 시사점이다. 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을 자동화 투자로만 연결하기보다 투자·생산성 향상과 신규채용을 연계하는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