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콘텐츠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배우·인플루언서를 빠르게 대체하며 숏드라마와 라이브커머스의 제작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바이트댄스
중국 콘텐츠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배우·인플루언서를 빠르게 대체하며 숏드라마와 라이브커머스의 제작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바이트댄스
중국 콘텐츠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배우와 온라인 인플루언서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바이트댄스의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 2.0 등 고성능 AI 영상 제작 기술이 확산하면서 사람이 직접 촬영·연기하지 않아도 고품질 콘텐츠를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게 된 영향이다.

일부 배우와 진행자는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 연기 방식을 AI에 학습시킨 뒤 오히려 그 AI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中 숏드라마 95%가 AI 제작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숏드라마 시장에서 AI 제작물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의 인기 애니메이션 드라마 상위 100편 가운데 89편이 AI로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터넷시청프로그램서비스협회 집계로는 올 1분기 중국에서 공개된 숏드라마가 약 12만8000편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공개량의 세 배를 웃도는 규모다. 이 가운데 95%가 AI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촬영 현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숏드라마 배우 겸 제작자로 일하는 그레그 월너는 FT에 시댄스 2.0 출시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세 작품을 촬영했지만 이후 일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변 배우들 역시 다른 직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콘텐츠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배우·인플루언서를 빠르게 대체하며 숏드라마와 라이브커머스의 제작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바이트댄스
중국 콘텐츠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배우·인플루언서를 빠르게 대체하며 숏드라마와 라이브커머스의 제작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바이트댄스
AI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제작 시간이다. 칭화대 메타버스연구소 선양 교수에 따르면 2024년에는 3~5분짜리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데 5명이 약 3개월을 투입해야 했지만 지금은 직원 한 명이 하루나 이틀이면 제작할 수 있다. 제작비도 분당 600~800위안(약 16만4000원)으로 사람이 직접 제작할 때의 약 10% 수준까지 낮아졌다.

AI 애니메이션 기업 지린은 지난 5월에만 1분짜리 숏드라마 약 8000편을 제작했다.

라이브커머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AI 디지털 진행자는 사람의 약 10% 비용으로 24시간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지난 3월 기준 징둥닷컴에서는 7만개 이상의 판매자가 디지털 진행자를 이용하고 있다.

유명 라이브커머스 진행자 뤄융하오의 AI 복제 진행자는 일부 상품군에서 실제 뤄융하오보다 높은 판매 실적을 냈으며 7시간 동안 5500만위안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3개월 걸리던 드라마, AI는 이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용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숏드라마 산업의 직접 고용 인원은 약 69만명에 달한다. 라이브스트리밍을 주업으로 삼는 인구도 약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AI가 이 시장의 제작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수백만 명의 콘텐츠 노동자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최근에는 배우나 진행자의 얼굴·목소리·연기 스타일을 AI에 학습시키는 이른바 증류 문제가 새로운 노동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진행자는 회사로부터 자신의 AI 복제본 제작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배우를 찾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중국 콘텐츠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배우·인플루언서를 빠르게 대체하며 숏드라마와 라이브커머스의 제작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바이트댄스
중국 콘텐츠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배우·인플루언서를 빠르게 대체하며 숏드라마와 라이브커머스의 제작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바이트댄스
처음에는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대가로 10개월치 급여를 제안받았지만 협상 끝에 사용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1년치 급여와 거부권을 확보했다.

AI에 의해 일자리를 잃었다는 노동 분쟁도 늘고 있다. 중국 항저우에서는 직원이 AI로 대체됐다고 주장한 소송에서 법원이 회사 측에 추가 보상을 명령한 사례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AI가 중국 콘텐츠 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배우와 진행자, 제작인력의 고용 구조와 초상권·음성권·데이터 권리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