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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연속 인상에도 시장은 웃었다…신현송의 '도비시 하이크(dovish hike)' [여기는 논설실]
▶3.00%-긴축의 ‘선불’
백투백 인상은 강수였다. 신현송 한은 총재 스스로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라고 했다. 그렇다고 금리를 계속 빠르게 올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가가 더 번진 뒤 큰 폭으로 올리기보다 지금 금리를 앞당겨 올려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이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선제 대응으로 궁극적인 긴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이겠다는 논리다. 말하자면 ‘긴축의 선불’이다. 물가 안정이 1차 목표지만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누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3.00% 자체보다 앞으로 몇 번을 더 올릴지다.
▶3.25%-채권시장이 안도한 숫자
금통위원들의 6개월 뒤 기준금리 전망 중앙값은 연 3.25%였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3.3%까지 높였는데도 현 수준보다 한 차례 인상하는 데 그쳤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아예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라는 문구가 빠졌다.신 총재도 앞으로 네 차례 회의에서 “지금보다 한 번 더 올리는 정도”의 완만한 인상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두 차례 연속 인상의 효과부터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점도표상 기본 경로는 연 3.25%지만 시장에서는 최종금리를 연 3.25~3.50%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이 연 3.755%로 6.1bp, 10년물이 연 4.238%로 5bp 떨어진 이유다. 채권 투자자라면 금리 정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듀레이션을 조금씩 늘려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다만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여전히 변수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3.3%, 내년은 2.1%에서 2.9%로 대폭 높였다.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기업이익을 늘리고 세수·성과급·임금·소비로 확산하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신 총재는 당초 내년에나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던 GDP갭의 전환 시기도 훨씬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생산 수준이 잠재 수준을 웃도는 수요 압력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은 주식의 할인율을 높여 PER을 낮추지만 성장률 상승은 기업이익과 EPS를 끌어올린다.
이날 코스피가 6912.37, 1.53% 상승한 데는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이라는 강력한 호재가 있었지만, 한은의 성장률 대폭 상향도 금리 인상 충격을 완충하는 데 한몫했다. 이제는 지수보다 실제 이익 전망이 올라가는 종목을 골라야 할 때다.
▶1380.9원-서학개미의 복잡해진 셈법
신 총재는 최근 환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역사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화가 조금 더 강해지는 것이 수입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금리 인상 직후 1377.3원까지 떨어졌다가 점도표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면서 1380.9원으로 마감했다. 한미 금리차 축소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반도체 수출 호황까지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주식 투자자는 주가 상승률만 볼 게 아니라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도 계산해야 한다. 수도권 부동산과 레버리지 투자도 마찬가지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을 “서로의 촉매제”라고 언급했다. 금리와 대출규제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해야 효과가 커진다는 의미다.
신 총재는 앞으로 열릴 금통위가 “모두 라이브”라고 했다. 연 3.25%가 최종금리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가 직접 꼽은 다음 판단자료는 8·9월 물가와 2분기 GDP 잠정치·명목 GDP, 소비 및 심리지표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성장세와 원화 안정이 이어진다면 한 차례 정도 추가 인상 뒤 연 3.25% 부근에서 금리 정점 기대가 굳어질 수 있다. 주식과 채권 모두에 우호적인 조합이다. 반대로 근원물가가 다시 오르고 수도권 집값·가계부채 불안과 원화 약세가 겹친다면 연 3.50% 이상으로 최종금리 전망이 높아질 수 있다. 채권과 고PER 주식에는 부담이 된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