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내 집 마련 방법의하나로 경매를 제시했다. 사진= 김영석 한경닷컴 PD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내 집 마련 방법의하나로 경매를 제시했다. 사진= 김영석 한경닷컴 PD
"청약 당첨 가능성이 작다면 일반 매매만 볼 게 아니라 경매시장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선택지가 넓어지면 가진 자금 안에서 더 나은 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 만나 경매를 무주택 실수요자의 '또 다른 내 집 마련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원하는 지역의 집값이 자금을 모으는 속도보다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찾아 단계적으로 갈아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남 경매로 싸게 사기, 하늘의 별 따기"

최근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되는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다. 높은 낙찰가율만 보면 경매로 집을 싸게 사는 일이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이 위원의 판단은 달랐다. 낙찰가율이 높다고 해서 낙찰가격이 시세와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주현 위원은 "집값 상승기에는 감정가가 현재 호가나 실거래가보다 낮게 책정될 수 있다"며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높더라도 실제 거래가격과 비교하면 낮은 금액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오르면 매물이 줄고 호가가 높아지면서 일반 매매시장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가 경매시장으로 이동한다. 경쟁이 치열해져 낙찰가율도 함께 오르는 구조다.

경매라고 해서 모든 주택을 큰 폭으로 할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과 연식, 주택 면적에 따라 할인 폭이 달라서다. 이 위원에 따르면 강남권과 마포·성동구 등 선호 지역 아파트는 시세보다 10% 저렴하게 낙찰받기도 쉽지 않다.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 자체가 적은 데다 나오더라도 수요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 채권 등의 문제로 경매에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강남권 초고가 주택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도 드물다"며 " 실수요자가 원하는 강남권 아파트를 경매로 싸게 사는 것은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고 했다.


반면 수도권 외곽에서는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한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대형 아파트는 할인 폭이 20%에 이르는 사례도 있다. 집값 상승기에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경매시장에서는 대형 면적의 할인 폭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서울 안에서도 신축이나 재건축 기대가 있는 아파트는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 경우가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오래된 구축은 80%대에 머무는 등 차별화가 뚜렷하다"며 "자신이 원하는 단지와 면적의 기존 낙찰 사례를 계속 확인해야 적정 입찰가격을 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매대금 잔금에 활용하는 경락잔금대출도 대출 규제를 피하는 수단은 아니다. 경락잔금대출 역시 주택담보대출이어서 관련 규제를 적용받는다. 다만 낙찰가격이 감정가나 시세보다 낮다면 금융회사가 평가한 담보가치와 낙찰가 사이에 차이가 생겨, 낙찰대금 대비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은 있다.

초보자는 아파트부터…"입주는 여유 있게"

처음 경매에 나서는 실수요자에게는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택이다. 거래가 활발해 시세를 파악하기 쉽고 나중에 되팔기도 수월해서다. 빌라와 오피스텔은 물건별 차이가 커 정확한 시세를 산정하기 어렵고 아파트보다 환금성도 떨어질 수 있다.

빌라를 선택한다면 출퇴근이 편리한 역세권인지, 재개발이나 입주권 취득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오피스텔은 실거주 이후 임대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률까지 따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장조사도 일반 매매보다 꼼꼼해야 한다. 우선 중개업소를 찾아 해당 단지의 실제 급매가격을 확인해야 한다. 경매 물건은 내부를 보지 못하고 입찰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리모델링 비용을 반영해 입찰가를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미납 관리비를 확인하고 외부에서 창호 파손이나 교체 흔적 등도 살펴봐야 한다.

권리분석에서는 임차인의 대항력과 배당 여부를 놓쳐선 안 된다. 이를 잘못 판단하면 낙찰자가 임차보증금을 추가로 부담해 결과적으로 시세보다 비싸게 집을 살 수 있다. 입찰표에 금액을 잘못 적어 잔금을 내지 못하면 입찰보증금을 잃을 위험도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 연구위원은 경매를 할 때 유의할 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진= 김영석 한경닷컴 PD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 연구위원은 경매를 할 때 유의할 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진= 김영석 한경닷컴 PD
낙찰받았다고 곧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 점유자와 집을 넘겨받는 명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위원은 "명도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협상하는 과정으로, 대부분 대화를 통해 해결된다"며 "강제집행에 들어갈 비용 일부를 이사비 등으로 지급하면서 협상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잔금을 납부한 직후 바로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입주 일정을 촉박하게 잡아서는 안 된다"며 "경매는 무조건 적은 돈으로 집을 사는 방법이 아니라 가진 자금 안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집을 찾고, 이를 발판으로 단계적으로 갈아타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현 전문위원은 지지옥션에서 각종 경·공매 데이터 등을 분석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발전위원회 자문위원도 겸하고 있다. 지지옥션 경매 상담사례 100선 등 저서를 내기도 했고 부동산 경매 칼럼니스트로 각종 매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 <나는 큰돈 없이 부동산 경매로 내집 마련한다>를 출간했다. 등기부등본과 임차인 분석부터 물건 선정, 입찰가격 산정, 명도까지 경매 초보자가 알아야 할 내용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낸 책이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김영석 한경닷컴 PD(youngst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