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벽에서 나오는 거 아니에요?”

탄소 중립과 기후 변화 대응,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말이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변화의 바탕에 있는 전기와 에너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전기요금은 낮을수록 좋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석탄 같은 ‘나쁜’ 발전원을 없애야 한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 선택 뒤에 따라올 미래까지 깊이 고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학교 기숙사 블랙아웃에 '짜릿한 전기 탐험', 신간 <전기가 사라진 밤>
<전기가 사라진 밤>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갑작스러운 블랙아웃을 겪은 중학교 기숙사를 무대로, 정체가 미스터리한 사감 선생님과 아이들이 전기와 에너지의 세계를 하나씩 풀어 간다. 송전망 건설 갈등, 탈탄소,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 AI 시대의 전력 수요, 원자력 잠수함과 에너지 안보까지 묵직한 현안들이 아이들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에너지와 전기를 소재로 미래를 예견하는 청소년소설이자 지식소설이고 교양소설이다.

저자는 현직 기자로서 오랫동안 에너지와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문제를 쉽게 설명한다. 어려운 개념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이 묻고 부딪히고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지식 전달서이면서도 소설이고, 에너지 입문서이면서도 미래 사회에 관한 토론 교재처럼 읽힌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독자라면 기숙사 생활과 친구들의 대화를 따라가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챕터마다 생각할 거리가 분명해 ‘독서감상문 쓰기 좋은 책’이라는 학생 독자의 평가도 잘 어울린다. 200쪽 남짓한 분량과 시원한 편집 덕분에 부담 없이 읽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는다.

김상협 글로벌녹색성장기구 사무총장은 이 책을 두고 “기후 변화와 AI 혁명의 시대, 에너지는 생존과 번영의 열쇠”라고 했다. <전기가 사라진 밤>은 그 열쇠가 왜 우리 모두의 손에 쥐어져야 하는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설득력 있게 보여 주는 책이다.

박종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