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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업들이 줄줄이 ‘뉴욕행’을 택하고 있다. 핀란드 스마트링 기업 오우라와 영국 전력장비 기업 아그레코 등이 잇달아 미국 증시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유럽 각국이 상장 규제를 완화하며 자국 기업 붙잡기에 나섰지만 높은 기업가치와 풍부한 유동성을 앞세운 미국으로의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IPO 대어들, 줄줄이 '뉴욕행'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둔 아그레코는 최근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시장에서는 상장 후 아그레코의 기업가치가 약 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오우라헬스도 이르면 다음달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IPO를 통해 최대 30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유럽 기업의 미국행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5억달러 이상을 조달한 유럽 기업의 IPO를 분석한 결과 미국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이 유럽 자국 증시에서 조달한 금액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업체 벤딩스푼스와 독일 가스엔진 제조업체 이니오, 영국 엔지니어링 기업 DPC홀딩스도 올해 중반 연달아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유럽 기업들이 미국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높은 기업가치가 꼽힌다. 미국 증시는 유럽보다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데다 성장기업에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동종업계 대형 기업이 많이 상장돼 있어 투자자 유인 효과도 크다. 안드레아 가벨로네 KBC증권 글로벌주식부문 대표는 “세계적인 매출 기반을 갖춘 기업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시장을 선호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에서는 산업 생태계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슈테판 켐퍼 BNP파리바 웰스매니지먼트 독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가장 유망한 기업이 대서양을 건너 상장하거나 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에 인수되면 유럽 주식 생태계가 공동화될 위험이 있다”며 “유럽은 사실상 기업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만 하고, 고성장기에 만들어지는 부와 시가총액은 해외에서 가져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4년 이후 자국 증시에 상장한 유럽 기업 주가는 공모가보다 4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를 선택한 유럽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13%에 그쳤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