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현저히 낮은 임금과 주 52시간 근로 규제가 없는 중국 게임회사들이 인해전술로 신작을 쏟아내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이 K게임에 ‘구원의 줄기’를 내려줄지 관심이 쏠린다. AI를 활용하면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은 중국도 마찬가지여서 회사마다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전략을 짜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 클라우드가 지난해 미국 노르웨이 핀란드 등 주요 국가 게임 개발자 6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게임 개발자의 90%가 AI를 개발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활용 영역은 콘셉트 실험, 아이디어 논의, 역동적인 디자인 구성, 초기 시각화, 코드 생성 등이다. 일본 게임 개발사 스퀘어에닉스는 내년까지 품질보증(QA)·디버깅(오류 수정) 업무의 70%를 AI로 자동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게임사들은 아직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결과 지난해 상반기 국내 게임산업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41.7%였다. 직전 반기(27.5%)보다 14.2%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형 게임사들이 먼저 AI 활용에 나서는 분위기다. 크래프톤은 올해부터 연간 300억원 이상을 AI 연구개발(R&D)에 투입하기로 했다. 넥슨은 AI 기술을 게임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네이버와 협력 중이다. 엔씨는 지난해 11월 3차원(3D)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서비스인 ‘바르코 3D’를 개발해 게임 제작에 사용하고 있다. ‘리니지M’ 배경 원화를 제작할 때 바르코 3D를 활용해 작업 기간을 2~3주에서 1주로 줄였다.

다만 당장은 AI 활용 효과가 단순 업무 보조에 머물러 있고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 등 직접적 경영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중소 게임 개발사는 AI 도입을 두고 고민이 많다. 기술적 불확실성과 저작권 등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비용 상승, 시장 포화 속에서 게임산업의 혁신 도구로 AI 활용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