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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자·공학자, 춘천 카페 14곳서 도시의 미래를 읽다
이 책은 국문학자 노승욱 한림대 도헌학술원 교수와 공학자 박섭형 한림대 소프트웨어학부 명예교수가 춘천의 카페 열네 곳을 찾아가서 나눈 대화를 담은 깊이 있는 '대화형 인문 기행서'다.
시리즈의 첫 문을 열 저자로 국문학자와 공학자가 나란히 선 데는 이유가 있다. AI가 언어를 만들고 대화를 대신하는 시대, 춘천이라는 도시를 온전히 읽어 내려면 인간의 사유를 탐구해 온 인문학자의 시선과 그 사유를 현실로 구현하는 기술을 설명하는 공학자의 시선이 함께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카페를 집과 일터 사이에 놓인 '제3의 공간'(크리스티안 미쿤다)으로 보고, 그 공간이 시대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관측소라고 말한다. 프라이버시와 퍼블릭니스가 공존하는 카페에서 사람이 머무는 방식과 대화의 온도를 살피면,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 '카페에 초대된 AI'에서는 기술과 마주한 춘천의 카페들을 찾았다. 구봉산 카페 거리의 '산토리니'는 해인사 장경각에서 이름을 딴 데이터센터 '각(閣)'과 나란히 서 있다. 저자들은 하얀 종탑이 풍경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곳 바로 옆에서, 소리 없는 연산이 세계의 질서를 재구성하는 기묘한 공존을 목격했다.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갤러리툰', 디카페인 공정을 국산화한 '카페코빈즈', 디지털 예술의 감수성을 담은 '올데이스테이'도 함께 소개했다.
2부 '커피로 풀어 낸 춘천의 다섯 가지 스토리텔링'은 어린이 수도, 물, 지성, 낭만, 문화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춘천을 읽는다. '댄싱카페인'에서 어린이 수도 춘천을, 물안개가 아름다운 '어스17'에서 물의 도시를, '책방바라타리아'에서 지성의 도시를, 백년의 약속을 지켜 나가는 '이디오피아 벳(집)'에서 낭만의 명소를, '카페01 이상원미술관'에서 춘천의 문화를 마주한다. 다섯 개 키워드는 대화의 이정표이자 춘천을 읽어 내는 다섯 갈래 길이 된다.
3부 '카페에서 만나는 아보하의 도시 춘천'은 일상의 결을 따라간다. 추억을 간직한 소나무숲 '소울로스터리', 물멍 명소 '리버레인', 카르페디엠이 연상되는 '카페카르페', 김유정문학촌과 이어진 '카페 더웨이', 고양이를 품은 골목길 카페 '오리진'을 거치며 책은 아주 보통의 하루가 어떻게 특별해지는지를 보여 준다.
두 저자의 대화에는 시대의 화두인 AI가 초대됐다. 처음에는 AI가 커피 산책에 동행하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AI의 'A'에서 가로획을 빼니 AI가 '시(詩)'처럼 보인다"는 깨달음이 인문학자와 공학자, 그리고 AI 사이의 간격을 한 편의 시처럼 좁혔다.
카페 기행을 시작하며 두 저자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기계가 정답을 줄 때, 인간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데이터는 차갑게 저장되지만, 기억은 따뜻하게 품어지고, 연산은 정확하지만, 사유는 불완전하며, 정보의 속도는 빠르지만, 그 의미는 느리게 익는다는 것이 이들이 커피 산책에서 얻은 성찰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