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미국 중간선거와 한반도' 관훈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다빈 기자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미국 중간선거와 한반도' 관훈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다빈 기자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을 향한 압박이 크게 약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의회의 견제가 강해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고유 권한에 더 의존하면서 한·미 간 통상·안보 현안의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하원 장악해도 대통령 고유권한은 그대로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미국 중간선거와 한반도' 관훈포럼에서 민주당이 하원 222~223석을 확보해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분점정부가 출범하더라도 "하원이 민주당으로 갔기 때문에 트럼프의 권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약 40년간 미국에서 활동하며 워싱턴 정가와 연방의회, 미주 한인사회를 연결해 온 인사다. 한·미 비자면제프로그램과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 비준 과정 등에서 미주 한인사회의 정치력 확대에 관여해 왔다.

그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권력의 '크기'보다는 '형태'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해 청문회와 조사, 증인 소환 등을 주도하고 예산과 법률 제정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을 겨냥한 각종 조사나 탄핵 추진도 가능해진다. 다만 공화당이 상원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민주당 하원이 단독으로 법률을 통과시키거나 행정부 인사에 제동을 거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의회의 다수당 변화와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상당 부분 남는다. 의회를 거치지 않는 행정명령을 비롯해 의회 통과 법안에 대한 거부권, 기존 법률이 행정부에 위임한 관세·제재 권한 등을 행사할 수 있다. 군 통수권과 정상외교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대통령의 재량이 크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미국 시스템을 보면 행정부의 권한이 너무 세다"며 대통령의 정책 집행에 위헌 소지가 제기되더라도 소송을 통해 실제 제동이 걸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을 상대로 청문회와 조사, 탄핵 공세에 나서더라도 대통령이 이미 가진 권한까지 곧바로 약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도 "이번 중간선거가 트럼프 권력의 종말을 결정하는 선거가 아니다"며 민주당의 하원 탈환으로 동맹국에 대한 관세·안보 압박이 누그러질 것이란 기대는 적절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관세·안보 묶어 압박…한국 부담 이어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김 대표는 “통상 관계에 있어서는 계속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당의 의회 견제가 강화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에게 부여된 무역 관련 권한을 이용해 관세 압박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박 원장은 특히 "관세는 이미 통상 이슈가 아니고 안보의 함수가 돼버렸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동맹국의 안보 협력 수준과 경제·통상 문제를 연계하는 흐름이 강화되면서 한국이 안보와 통상을 별개의 협상으로 접근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 하원이 국방수권법이나 세출법에 조건을 붙이는 방식으로 행정부의 급격한 정책 변화에 제동을 걸 수는 있지만, 대통령이 가진 외교·군사적 재량까지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중간선거 이후 한국이 직면할 미국의 요구는 방위비 분담과 미국산 무기 구매, 한국의 자체 방위 역할 확대, 대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임무 조정 등으로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 의회의 견제가 강해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통령 권한을 활용할 여지가 큰 만큼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이날 나온 진단이다.

"북미대화 가능성 50대 50"

북미 대화 역시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혔다. 김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50 대 50' 정도로 봤다. 현재로서는 회담 성사 여부가 김 위원장의 호응에 달려 있으며, 실제 회담이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변수라고 평가했다.

박 원장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더라도 "트럼프가 누구를 만나든지 그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의 충돌이 커질수록 대외정책에서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확보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이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가 약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대미 전략을 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정상 간 관계에만 의존하기보다 민주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있는 하원과 공화당 상원, 주정부와 지역구 의원, 기업과 시민사회까지 동시에 상대하는 다층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중간선거를 넘어 2028년 대선을 향한 민주당의 재편도 한국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향후 재집권할 경우 어떤 대외정책 노선을 선택하느냐가 "대한민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 정치권의 변화가 한반도의 미래와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