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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들 주문 폭주에 매출 2배…헌책 '싹쓸이'해가는 이유
먼지 쌓이던 책까지 싹쓸이…AI가 불러온 '중고책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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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패로 프로젝트'…정체불명의 대량 주문
알고 보니 AI 학습용 콘텐츠 확보
책등 잘라 스캔…희귀본 훼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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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패로 프로젝트'…정체불명의 대량 주문
알고 보니 AI 학습용 콘텐츠 확보
책등 잘라 스캔…희귀본 훼손 우려도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체불명의 구매자들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고·희귀 책 판매업자들에게 수십~수백권씩 대량 주문을 넣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들은 '레드 스페로 프로젝트', '그린 패럿 프로젝트' 등의 낯선 이름을 내걸고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주제의 책을 사들였다.
미국 브루클린에서 희귀 책을 판매하는 제임스 페인 씨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두 배로 뛰었다고 WSJ에 전했다. 주문의 상당수는 '이탈리아의 가정 장기 산소요법', '중세 잉글랜드의 혼인 소송' 등 그조차 생소해하던 제목의 책들이었다.
업계에서는 이 정체불명의 구매자들이 AI 기업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용 데이터를 확보하려 책을 사들인다는 것이다. 모델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학습에 필요한 신뢰도 높은 원문 데이터가 더 많이 필요하지만, 아직 학습에 쓰이지 않은 상업 출판물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AI 기업들이 헌책과 희귀본까지 '싹쓸이'해가는 이유다.
앤트로픽은 2024년 챗봇 클로드 학습을 위해 '프로젝트 파나마'라는 이름으로 실물 책 수백만 권을 사들인 뒤 제본을 뜯어 디지털화하고 원본은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다만 앤트로픽 측은 "희귀본이나 고서를 사들여 파괴하는 데이터 확보 프로그램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몇 권 남지 않은 희귀본이나 서명본까지 AI 학습을 위해 파괴될 수 있다며 판매를 거부하는 서점도 나오고 있다. AI 데이터 확보와 문화유산 보존 사이의 딜레마가 커진 셈이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앨런 스타이펙 씨는 대량 주문으로 매출이 급증한 지금을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라며 "AI 기업에 팔려나간 책들은 결국 내 사업의 존속과 정반대되는 목적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