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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아닌 실수요가 엔저 주도…日정부 개입 효과 ‘한계’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엔화 약세의 특징은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보다 무역결제에 따른 실수요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토대로 한 투기세력의 엔화 매도 포지션은 지난 18일 기준 약 40억달러로, 미·일 공동개입 이전 120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반면 일본의 수입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란 정세 악화 이후 원유와 나프타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4월부터 수입물가 상승률이 수출물가 상승률을 웃돌기 시작했다. 최근 수입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0% 안팎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무성이 발표한 7월 무역통계에서도 원유 조달비 확대 등의 영향으로 수입액이 2개월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수입업체가 원유 등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달러를 사고 엔화를 파는 거래가 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2022년 가을의 엔저 국면이 다시 거론된다. 당시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 상승률이 50%에 육박했고, 실수요 엔화 매도가 급증했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2022년 8월 130엔대에서 불과 두 달 만에 150엔을 넘어섰다.
현재 수입물가 상승세는 당시만큼 가파르지는 않지만, 시장에서는 이란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제 막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에서도 원유와 나프타 가격 상승분이 식료품과 내구소비재 가격으로 전가되기 시작한 조짐이 나타났다.
문제는 실수요 주도의 엔저는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의 무역결제는 환율 수준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가 투기세력을 겨냥해 엔화를 매수해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일본은행의 가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엔저와 수입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 등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