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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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 구조가 청년들의 첫 취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을 위해 구직을 미루는 반면 중소기업에는 빈 일자리가 남는 ‘미스매치’가 심화하고 있는데, 정년까지 연장될 경우 청년 취업난은 가중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청년 고용절벽과 기회 양극화 해소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기업 노조 임금 올릴수록 청년과 격차만"

발제를 맡은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고용절벽의 구조적 원인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노동 수요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성장 둔화를 꼽으면서, 대기업 노조의 임금 인상이 오히려 낙수효과를 차단해 격차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선도 기업의 혁신으로 생산성이 오르면 원래는 증산과 채용, 하청 발주 확대로 이어지며 경제 전반에 온기가 퍼져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해당 기업 노조가 임금을 올려버리면 증산 유인이 줄어들면서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그 노조의 임금만 많이 올라 격차가 오히려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16년 시행된 60세 정년연장을 예로 들며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56~60세 전일제 상용직 1명이 늘어날 때마다 청년층 전일제 상용직 일자리는 1.14개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년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이 더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규제가 실직을 막아주지 못하는 만큼, 실직 위험이 낮은 대기업 근로자를 보호하는 규제보다 고용보험, 전직 지원 같은 사후적 안전망이 더 중요하다"며 노동시장 정책 결정 주체를 경사노위가 아닌 정부 부처와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 일자리와 청년 실업 동시 발생"

한국경영자총협회 최문석 청년ESG팀장은 한일 비교를 통해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성을 부각했다. 그는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월임금이 294만 원으로 대기업 정규직(503만 원)의 58% 수준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이 격차가 청년 구직자들의 대기업 쏠림과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은 대학생 90% 이상이 졸업 전 취업을 확정 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초임 격차도 거의 없어 청년실업이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청년 고용 문제 해법으로 헬스케어·원격의료·공유경제·플랫폼 비즈니스 등 규제 완화를 통한 서비스산업 육성을 제안했다.

황경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청년들이 졸업 후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 11.3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특히 "대학 4학년 재학생 및 졸업자의 60.5%가 의례적인 구직활동만 하거나 거의 하지 않는 '소극적 구직자'로 나타났다"며 청년들의 구직 의욕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황 연구위원은 ‘청년의 중소기업 유입’에서 ‘청년이 선택하는 중소기업 일자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뿐 아니라 주거·복지·경력개발 등을 포함한 총체적 보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년연장하면서 청년고용?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년연장과 청년 고용을 동시에 지키겠다는 정치권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송 위원장은 "기업이 각종 규제로 고용조차 할 수 없는 혹한기에 일률적으로 법정 정년까지 늘리면 도대체 청년들은 언제, 어떻게 취업하느냐"며 "정년은 늘리면서 청년 고용도 지키겠다는 말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궤변"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지금의 정년 연장 논의는 법정 정년이 보장되는 상위 10%의 대기업과 공공부문만을 위한 반쪽짜리 정책"이라며 "2·3차 노동시장에 속한 나머지 90%의 노동자들에게는 소득 크레바스를 채우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거대 기득권 노동단체의 정치 투쟁용 무기였다"고 규정하며 "국회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10%의 철밥통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90%의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끌어올리고 미취업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최윤미 청년고용기획과장은 지난 4월 발표한 '청년뉴딜 추진방안'을 소개했다. 대기업이 직접 설계·운영하는 'K-뉴딜 아카데미'를 통해 청년 1만 명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공공과 민간을 합쳐 총 6만 5000명에게 일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김위상 의원은 “청년들이 첫 직장에서부터 공정한 기회를 얻고 중산층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진입 장벽과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를 단순히 숫자로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선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기회의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