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주택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유창이앤씨와 자이가이스트 등 건설사는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잇달아 진출했다. 고령화와 인력난, 공사비 상승으로 기존 건설 방식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공기를 단축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모듈러 공법이 차세대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시장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전 패키지 앞세워 B2C 확대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모듈러 주택 브랜드 ‘LG 스마트코티지’ 신제품을 출시하며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이던 사업을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 확대했다. LG전자는 사내독립기업(CIC)을 통해 부지 조사부터 설계·생산·설치·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달아오른 '모듈러 주택'…2030년 4.4조 시장 열린다
새로 선보인 ‘모노 코어 72’와 ‘모노 코어 82’는 방 2개, 거실, 주방, 욕실을 갖춘 실거주형 모델이다. 인공지능(AI) 홈 허브 ‘씽큐 온’, 시스템에어컨, 스마트 도어록 등 스마트홈 기능을 기본 적용했으며 가구, 수납, 평면, 외장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각각 1억9950만원, 2억2350만원부터 시작하며 옵션과 설치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LG 스마트코티지는 주요 공정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 방식이다.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공사 기간을 최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도 단독주택형 모듈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 공간제작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AI 가전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 입주자는 별도 설치 없이 보안·에너지 관리, 화재·누수 감지 등 AI 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제작비는 3.3㎡당 500만~3000만원 수준이며, 가전과 솔루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중층 건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건설사는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GS건설은 목조 모듈러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앞세워 단독주택과 공공 단지형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관련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유창이앤씨는 포스코A&C 모듈러 사업 부문을 인수해 관급공사와 학교, 주거용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자연과환경, 한성모듈러 등은 체류형 쉼터용 소형 모듈러 주택시장을 키우고 있다.

◇인력난·기후 변화 대안…정부 지원 확대

기업들이 모듈러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높은 성장성이 있다. 국내 시장 규모(LG전자 추정)는 지난해 1조6000억원에서 2030년 4조4000억원로 확대돼 연평균 약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독주택 선호가 높은 30~40대와 전원생활을 준비하는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도 산업 육성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고령화와 인력 부족, 기후 변화에 따른 현장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모듈러 공법을 지원할 방침이다. 표준화된 공정으로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면서 공사 기간을 약 30% 단축할 수 있어서다. ‘8·13 대책’에는 모듈러 매입 임대 시범사업을 연내 시작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고층 모듈러 단지 시범사업과 ‘모듈러 건축 활성화 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발주 물량이 제한적이고 공장 제작·운송 비용이 더해져 초기 공사비가 기존 공법보다 약 30% 높은 점은 부담이다.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공공 발주도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혁신과 설계 표준화로 원가를 낮추고, 제도적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민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