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르포] 해발 4000m 고지대서…포스코, '하얀 석유' 리튬 10만t 일궈낸다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생산현장 가보니
4000m 고지대서 '하얀 석유' 리튬 뽑아내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업체 문의 쏟아져
4000m 고지대서 '하얀 석유' 리튬 뽑아내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업체 문의 쏟아져
지난 20일 방문한 공장에서는 밀가루처럼 희고 고운 입자의 인산리튬 가루 생산이 한창이었다. 인산리튬은 저지대의 하공정 공장으로 운반돼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소재인 수산화리튬으로 재탄생한다.
이 공장이 지난 3월 상업생산을 시작하며 포스코아르헨티나는 2분기에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염호를 개발해 리튬을 생산하는 최초의 사례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원 확보는 총칼 없이 싸우는 현대식 영토 전쟁”이라며 “자원 공급망이 중요해지며 세계 각국에서 글로벌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햇빛에 염수 말려 리튬 얻는다
리튬의 원천은 공장 옆에 드넓게 펼쳐진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다. 지표면은 황토색 메마른 땅이지만 지하에는 리튬을 머금은 염수가 고여 있다. 400~500m를 뚫고 뽑아낸 염수는 거대한 푸른빛 폰드(인공 연못)로 옮겨진다. 염전처럼 햇빛과 바람으로 물을 증발시키고, 소금 등 불순물을 걸러내 리튬 농도를 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염수는ℓ당 평균 921㎎의 리튬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ℓ당 300~400㎎만 돼도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날 방문한 1공장 폰드는 단계별로 조성돼 있었다. 막 뽑은 염수를 1단계에 넣고, 농도가 올라갈수록 다음 단계로 보내는 방식이다. 폰드에서 수개월 간 농축된 염수는 공장으로 보내진다.
포스코그룹은 2010년 리튬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염수리튬 추출 기술 개발에 나섰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신사업실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리튬 추출 공정 기술 고도화를 직접 이끌기도 했다.
그렇게 산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현재 리튬 1350만t이 매장된 세계 2위 수준의 고품질 염호로 평가된다. 인수 전 측정한 매장량(220만t)의 6배다. 당시 다른 기업들은 100~200m 깊이를 뚫어 측정했지만, 포스코는 600m 깊이까지 뚫었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제는 다른 기업들도 모두 깊이 뚫는다”고 설명했다.
캐즘 오자 저평가 염호 인수
전기차 열풍이 불던 2022년께 포스코는 2030년까지 2·3·4공장을 건설해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량을 연 10만t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아르헨티나가 리튬을 생산하고, 포스코퓨처엠이 리튬으로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밸류체인도 구축했다. 당시 중국 탄산리튬 현물가격은 t당 약 60만위안(약 1억2300만원)을 웃돌았다.그러나 이후 호주 등서 리튬 공급이 급증했고, 2023년 하반기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왔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 t당 6만위안을 밑돌며 10분의 1토막 났다.
이 전략은 최근 빛을 보고 있다. 지난 5월 리튬 가격이 20만위안을 돌파하는 등 시장이 살아나면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용 리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글로벌 주요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며 캐즘은 끝났다는 분석도 있다.
계약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배터리 원료·소재 분야에서 ‘탈중국’이 중요한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박 법인장은 “전 세계 배터리 및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 문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과 함께 리튬 등 자원·에너지를 그룹의 3대 성장축으로 삼고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연내 2공장을 준공한 후 2030년 3공장, 2033년 4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2033년까지 아르헨티나(10만t)와 호주(7만3000t)를 합쳐 연 17만3000t 규모의 리튬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리튬 톱5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살타(아르헨티나)=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