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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3주기에 박서보를 돌아본다
국제갤러리 서울 '변하는 변하지 않는'
박서보 3주기 맞아 대규모 회고전
K1·K3·한옥 세 공간에 40점
10월 18일까지
박서보 3주기 맞아 대규모 회고전
K1·K3·한옥 세 공간에 40점
10월 18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변하는 변하지 않는’은 박서보의 3주기를 맞아 열린 대규모 회고전이다. K1과 K3, 한옥 등 세 공간에 40점을 걸었다. 1967년 시작한 첫 '연필 묘법(描法)'부터 세상을 뜨기 직전인 2023년의 '신문지 묘법'까지 다양한 화풍의 작품이 고루 나왔다.
여기에서 착안한 게 캔버스에 흰 안료를 바르고 마르기 전에 연필로 선을 반복해 긋는 그림, '글을 쓰듯 그린다는 뜻'의 묘법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박서보는 마음을 비우고, 그 흔적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선이 꺾일 때마다 밀려난 안료가 쌓이면서 화가의 호흡과 리듬이 그대로 화면에 남은 작품이다.
1982년부터 박서보는 작품에 한지를 쓴다. 서양 종이와 달리 한지는 안료를 빨아들여 손의 움직임과 한 몸이 된다. 물기를 머금으면 도구를 밀어내며 저항하기도 한다. K1 바깥쪽에 걸린 작품 세 점이 한지를 실험하던 시기의 기록으로, 그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다.
그리고 K3를 채운 '색채 묘법'(2001~2018)이 등장한다. 박서보는 생전 인터뷰에서 "이미지가 무차별로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에 회화는 더 이상 자기표현의 도구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그림의 역할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전의 그림이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면, 이제 그림은 보는 사람의 스트레스를 빨아들이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게 박서보의 결론이었다.
마지막 공간인 한옥에서는 박서보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렸던 작품들이 걸려있다. 2019년 그는 1986년에 접었던 연필 묘법을 33년 만에 다시 꺼냈다. 수행과 반복의 원리는 지키되 색을 적극 끌어들인 '연필 색채 묘법'이다. 말년의 제한된 움직임에 맞춰 작업 규모를 줄였다. 그는 "한 번에 그어내는 묘법 덩어리는 내 '숨'의 단위"라고 설명했다.
박서보의 작품세계 변천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서울 연희동에 최근 문을 연 박서보미술관과 함께 관람한다면 그의 작품세계를 더욱 충실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