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윤 스미스 선수가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 · 한경 제48회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 5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최혁 기자
에리카 윤 스미스 선수가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 · 한경 제48회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 5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최혁 기자
“오늘 실수가 많았어요. 그래도 이 자리에 와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어요.”

올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BC카드·한경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은 많은 외국인 선수가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국적의 에리카 윤 스미스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이날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에서 열린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8오버파를 기록했다. 1오버파를 친 전날보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진 않았지만, 한국의 메이저 대회에서 경기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에겐 특별한 경험이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출신인 스미스는 2023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엡손투어( 2부)에서 뛰었다.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열린 KLPGA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IQT)에 출전해 준우승하면서 올 시즌 드림투어 시드와 이번 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한국행을 택한 데엔 자신의 뿌리에 대한 관심도 큰 역할을 미쳤다. 스미스의 어머니가 한국 출신이다. 중간 이름이 한국 성씨인 ‘윤’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부터 한국에 머물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스미스의 목에는 한글로 ‘에리카’라고 적힌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약 4년 전부터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내가 한국계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서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배경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이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에리카 윤 스미스 선수가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 · 한경 제48회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 10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에리카 윤 스미스 선수가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 · 한경 제48회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 10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KLPGA 무대는 스미스의 골프 인생에도 전환점이 됐다. 그는 “프로 생활 몇년을 보내고 나서 골프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며 “그런데 KLPGA가 바로 그 역할을 해줬다. 여기에서 경기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고, 골프를 다시 사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특히 인상적인 것은 KLPGA 특유의 응원 문화다. 그는 “선수마다 팬클럽이 있고 피켓이나 응원 구호까지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며 “미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다. 팬들이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난다”고 했다.

열띤 응원 문화는 그에게 긴장감도 불러넣었다고. 그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면 긴장하는데, 어제는 첫번째 홀 티잉그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손이 벌벌 떨렸다”며 “오늘은 어제보다는 나았지만, 저에게는 이곳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려울 만큼 굉장한 경험이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그의 외조부모에게도 특별했다. 스미스는 “어제 경기가 끝난 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전화하셨다”며 “TV에서 제가 경기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씀하시더라”고 했다. 이어 “두 분께 그런 경험을 선물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올해 초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3월부터 대회에 출전하면서 적지 않은 부담도 느꼈다고 한다. 한국 코스에 완벽히 적응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그는 “한국에 온 지 반년 정도 됐지만 아직 잔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미국에서 익숙했던 것과 많이 다르고 그린을 읽는 것도 쉽지 않다”고 털어 놨다.

앞으로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부상도 있었고 여러 일을 겪어 쉽지 않았다”며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며 계속 싸워 최선을 다한 선수로 한국에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