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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하는 순간 하룻밤 연극이 시작된다
김현주의 재팬코드
세계 최초 숙박형 연극 만든 日 호텔 SHE,
입사 3개월차 프런트 직원
비수기 콘텐츠 고민하던 중
호텔을 무대로 관객이 머물며
이야기 몰입하는 공연 선보여
유명 배우 없이 인기몰이
계절·날씨 상관없이 '만실'
세계 최초 숙박형 연극 만든 日 호텔 SHE,
입사 3개월차 프런트 직원
비수기 콘텐츠 고민하던 중
호텔을 무대로 관객이 머물며
이야기 몰입하는 공연 선보여
유명 배우 없이 인기몰이
계절·날씨 상관없이 '만실'
몰입형 연극의 진화
도마레루 엔게키 역시 슬립 노 모어에서 힌트를 얻었지만 연극 무대가 되는 호텔에서 관객이 그대로 숙박하며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독창적 형식을 완성했다. 기획자는 교토와 오사카에서 부티크 호텔 ‘호텔 쉬’(HOTEL SHE,)를 운영해온 주식회사 수이세이(水星)로, 입사 3개월 차 프런트 직원이던 하나오카(花岡) 프로듀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는 “계절과 날씨에 좌우되지 않고 호텔에서 즐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호텔 자체를 여행의 목적지로 만드는 연극을 고안했다.
물론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2020년 첫 오프라인 공연은 코로나19로 무산될 뻔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스마트폰과 우편을 활용한 참여형 온라인 몰입극 ‘인유어룸’을 선보이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이후 오프라인 공연으로 확장해 현재까지 교토와 오사카 호텔 쉬 두 곳에서 연 2회 진행 중이다. 5년 차인 2024년 기준 누적 11개 작품, 380회 공연을 펼쳤고 관객은 1만 명을 돌파했다. 그 덕에 비수기에도 거의 만실을 유지해 숙박업의 고질적 과제인 성수기와 비수기 격차를 극복했다.
경계가 없는 1박2일의 경험
객실 내부까지 경험은 이어진다. 벽에는 극의 세계관을 담은 포스터가 걸려 있고, 일부 객실에는 이야기의 핵심 열쇠가 되는 곡의 레코드판(LP)이 놓여 있다. 방으로 돌아온 관객은 턴테이블에 바늘을 얹으며 그날 밤의 서사를 한 번 더 곱씹는다. 이야기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진다. 로비에서 조식을 즐기며 아침 라디오 방송으로 이야기의 후일담을 듣고, 낮 12시까지 여유로운 체크아웃으로 하룻밤의 특별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공간과 요리, 어메니티 모두 작품의 세계관으로 채워지고, 극 중 등장하는 메뉴를 맛보거나 오리지널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이 프로젝트만의 디테일이다.
배우 인지도 없이도 성공한 비결
숙박업으로서는 재방문객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매년 같은 호텔을 재방문하는 손님은 드물지만 이곳은 시기마다 상연작이 바뀌어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재방문을 부르는 ‘극장형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올해 공연은 마무리됐지만 호평에 힘입어 2027년 초 다음 작품이 예정돼 있고 상연 기간도 길어질 예정이다. 한 작품이 구상에서 상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년 반. 각 작품은 무대가 되는 호텔 구조에 맞춰 각본과 미술을 짜기 때문에 일반 공연보다 제약이 있지만 실험은 계속된다. 올여름 상연된 ‘가라스마 도겐도(烏丸桃源堂)’는 다른 공간에서의 공연을 염두에 둔 베타판으로 제작됐다.
비수기의 빈방을 바라보던 한 호텔 직원의 질문 하나가 이제는 일본에서 문화를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룻밤의 숙박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되는 곳. 내년이면 교토와 오사카의 이 작은 호텔은 다시 한 번 극장으로 변신할 것이다. 이 특별한 하룻밤의 경험을 다음 시즌에 만나보길 바란다.
김현주 아트플롯 디렉터(Wave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