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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볼트까지 싹 다 바꿔라"…中, 국산품에 집착하는 이유 [차이나 워치]
미·중 갈등에 항공기도 자립…中, 공급망 국산화에 속도
실란트·고무·볼트까지…中, 탈서방 가속
군용기 기술 민항기로…C919 소재 생태계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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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엔진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란트(부품 접합부 등을 메우기 위한 액상 소재)와 고무, 도료, 볼트, 세정제 등 항공기 곳곳에 쓰이는 서방산 소재를 중국 제품으로 대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미·중 갈등 장기화와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해 핵심 항공산업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이다. 다만 미국·유럽 업체들이 장악한 첨단 항공 소재의 품질과 신뢰성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항공 공급망 국산화 전면전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자체 개발한 중형 여객기 C919를 앞세워 항공 공급망의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그동안 항공기 국산화의 핵심이 엔진 개발에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실란트와 도료, 접착제, 볼트 등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지만 안전성과 내구성을 좌우하는 소재·부품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항공발동기그룹(AECC) 산하 베이징항공재료연구원의 장샤오옌 수석 엔지니어는 최근 광저우에서 열린 항공 포럼에서 "엔진뿐 아니라 서방에서 공급받는 실란트, 고무, 도료, 볼트, 심지어 세정제까지 대체 가능한 중국산 제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막대한 노력을 들여 경쟁력 있는 국내 공급업체 체계를 구축해왔다"며 일부 중국산 소재 ·부품은 적용 가능성을 놓고 검증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대표 사례가 중국이 개발한 폴리티오에테르계 실란트 HM1176이다. 이 제품은 기체 구조의 밀봉과 부식 방지를 위해 국산 항공 엔진 프로그램에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적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히는 중국산 항공엔진 CJ-1000 계열은 AECC가 개발 중으로, 현재 C919에 장착되는 미국 GE에어로스페이스와 프랑스 사프란의 합작사 CFM인터내셔널의 LEAP-1C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용기 기술까지 끌어온 中
중국이 소재와 부품까지 국산화하려는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C919는 중국이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한 글로벌 민항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개발한 전략 기종이다.하지만 핵심 엔진과 항공전자, 첨단 소재 등 상당 부분을 미국과 유럽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중 첨단기술 갈등이 항공 분야로 확대될 경우 생산과 유지·보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중국 내부에서 커진 이유다.
실제로 장 수석 엔지니어도 중국 항공산업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C919 전반에 사용되는 복합소재와 기능성 항공재료의 원산지를 따져보면 상당수가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해온 미국과 유럽 기업 제품"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호 코팅과 실란트, 조종석 투명 소재를 생산하는 미국 PPG인더스트리즈를 대표적인 주요 공급업체로 지목했다. 다른 포럼 참석자들도 항공엔진 정비 과정에서 사용하는 특수 세정제조차 일부는 여전히 서방에서 수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군용 항공기에서 축적한 소재 기술을 민항기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군용기에 사용해온 구조용 방청도료와 접착제, 화학 완충제 등을 C919와 개발 중인 광동체 여객기 C929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베이징항공재료연구원은 군용기용 소재의 연구개발과 생산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어 민항기 공급망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국산 부품 확대가 C919의 유럽항공안전청 인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항공 공급망 국산화가 품질과 인증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항공 소재는 장기간 반복 운항과 극한 온도·압력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해 자동차나 일반 제조업보다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이 C919 생산 확대를 발판으로 소재·부품 공급업체를 키울 수 있지만 수십 년간 운항 실적과 국제 인증 경험을 축적한 미국·유럽 기업의 신뢰성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