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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가 검수까지…철도공단 '철피아 방지' 이중확인 무너졌다
신규 용역에 감리사 낙찰
반입 거부권 작동 어려워져
반입 거부권 작동 어려워져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단이 최근 발주한 철거발생품 관리용역 입찰에서 한 엔지니어링업체가 낙찰자로 결정됐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고속선 개량공사의 감독권한대행 등 건설사업관리(감리)를 맡고 있다. 감리를 수행하는 구간에서 나오는 철거품의 관리 업무까지 같은 업체가 담당하게 된 셈이다. 레일과 고철류만 놓고 업계가 추정한 올해 취급 규모는 278억원 수준이다.
선로 개량공사 과정에서 나오는 레일과 전선 등 철거발생품은 공단 자산으로, 매각을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 시공사가 품목과 수량, 중량을 신고하면 감리가 이를 확인하고, 관리용역업체에 전달한다. 업체는 야적장에서 실물과 서류를 대조해 수량이 맞지 않으면 반입을 거부하고 재반입을 요구한다. 감리가 확인한 물량을 별도 주체가 다시 검증하는 구조다.
이 절차가 필요한 것은 철거품을 서류만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리선과 광섬유·젤리형 케이블은 겉모습이 비슷하지만 매각 단가는 크게 벌어진다. 기기류도 외형만 갖춘 채 내부 부품이 빠져 있으면 서류상 수량은 채워진 것으로 잡힌다. 현장에서 실물을 직접 열어 확인하지 않으면 걸러낼 수 없고, 실제로 무게를 속여 자산을 빼돌리려다 적발된 사례도 나왔다.
서류상 수량이 한 번 확정되면 이후 단계에서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 철거품은 별도 입찰로 선정된 매수자에게 넘어가는데, 반입 시점에 실물과 서류가 어긋난 채 넘어가면 뒤늦게 부족분이 드러나더라도 어느 단계에서 빠졌는지 가리기 어렵다. 반입 단계의 대조가 사실상 마지막 확인 절차인 셈이다.
문제는 입찰 공고 단계에서 이해충돌 관련 조항이 빠졌다는 점이다. 공고문에는 감리를 수행 중인 업체의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자격 심사에서 응찰 자체를 막을 근거가 없었고, 평가 과정에서도 이를 감점 사유로 삼을 수 없었다. 공단은 새로 도입한 사업인 만큼 참여 폭을 넓히기 위해 별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체가 이런 사정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당 업체가 맡고 있는 감독권한대행은 발주청인 공단을 대신해 현장을 감독하는 자리다. 자신이 확인한 물량이 관리용역의 검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입찰에 참여하는 시점에 이미 알 수 있는 사정이었다. 공고문에 제한 규정이 없다는 것과 이해충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해충돌 소지를 먼저 알리거나 응찰을 자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발주처보다 앞서 이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수행 업체 자신이기 때문이다.
관리용역의 핵심 권한은 수량이 맞지 않을 때 반입을 거부하고 재반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권한은 앞 단계에서 물량을 확인한 주체와 다른 주체가 쥐고 있을 때만 작동한다. 해당 회사가 두 업무를 함께 맡으면 자신이 확인해 넘긴 물량을 스스로 되돌려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앞선 감리 업무의 하자를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부정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이의를 제기할 유인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다.
감리용역 역시 공단이 발주한 사업이어서 어느 업체가 어느 구간을 맡고 있는지는 확인이 가능한 정보였다. 다만 두 용역의 수행 주체를 대조하도록 한 절차가 없어 이런 사정이 입찰 과정에 반영되지 못했다.
공고 단계는 사실상 유일한 차단 지점이기도 하다. 계약이 체결된 뒤에는 발주처가 이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 철거품 관리용역이 애초 현장 물량을 교차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절차인데도, 정작 확인 대상인 감리업체를 배제하는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