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만난 ‘깐부’ >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휴머노이드 로봇 미니어처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LG 제공
< 다시 만난 ‘깐부’ >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휴머노이드 로봇 미니어처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LG 제공
LG그룹이 미래 먹거리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전례 없는 속도전에 나섰다. 사업 구조 전환의 핵심 축은 로봇이다. 올해 초 휠 베이스 형태의 홈 로봇 ‘클로이드’를 선보이며 시장의 눈길을 사로잡은 데 이어 내년 1분기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출시라는 파격적인 로드맵을 꺼내 들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3월 경영진에게 강조한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사업 현장에서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AI) 최강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전격적인 AI 동맹을 결성한 것 역시 이 같은 속도전의 연장선에 있다. LG는 로봇부터 이를 뒷받침할 AI 인프라(팩토리)와 차세대 모빌리티 영역까지 엔비디아와의 밀월을 확대해 그룹 전체를 글로벌 ‘피지컬 AI’ 선도 기업으로 빠르게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원 LG’ 결집

휴머노이드·모빌리티까지…LG·엔비디아 'AI 동맹'
LG는 엔비디아와의 핵심 협력 분야로 로봇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 양사는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로보틱스 고성능컴퓨팅(HPC) 플랫폼 ‘젯슨 토르’,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 통합 안전 시스템 ‘헤일로스’에 기반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개발 전략의 핵심은 그룹 역량을 결집한 ‘원(one) LG’다. LG전자(액추에이터), LG이노텍(센서),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등 주요 계열사의 하드웨어 및 부품 기술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다. 엔비디아의 고도화된 AI 두뇌에 LG의 검증된 제조 역량을 이식해 차별화된 피지컬 AI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개발을 넘어 산업 현장 검증에도 즉시 착수한다. LG는 연내 LG 클로이드를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해 제조 현장 실증(PoC) 작업을 벌인다. 검증된 로봇 플랫폼은 글로벌 생산 인프라는 물론 향후 가정과 상업 공간으로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힐 계획이다. 아울러 LG CNS의 로봇 통합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기반으로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해 LG 자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함과 동시에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휴머노이드 로드맵까지 제시한 것은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라며 “글로벌 테크 기업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그룹 차원의 결정 및 실행 속도를 파격적으로 끌어올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피지컬 AI 생태계 확장

로봇과 함께 AI 인프라와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향도 구체화했다. AI 팩토리 분야에선 엔비디아의 최신 AI 팩토리 플랫폼인 DSX 아키텍처에 LG전자(냉각),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LS(전력), LG CNS·LG유플러스(IT 운용·설계)의 핵심 솔루션을 결합하기로 했다. 양사가 구축하는 AI 팩토리는 가상 공간에 실제 공장과 같은 디지털 트윈을 조성해 로봇과 자율주행용 AI 두뇌를 생산하는 곳이다.

LG는 이를 통해 내년 상반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 기반의 레퍼런스 사이트를 조기 구축하기로 했다. 이어 2028년 상반기엔 충남 천안에 80메가와트(㎿) 규모 AI 팩토리를 완성할 예정이다. 모듈형 건축 방식인 ‘프리패브’를 적용해 공기를 20% 이상 단축할 계획이다. 원 LG 패키지 경쟁력을 발판 삼아 빅테크를 대상으로 턴키 수주 경쟁력을 단숨에 높인다는 구상이다.

모빌리티 영역에서는 기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중심의 전장 사업을 자율주행 영역으로 과감히 확장한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과 LG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해 차세대 인공지능기반차량(AIDV)용 고성능컴퓨팅 플랫폼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능과 차내 AI 서비스를 통합한 차세대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채연/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