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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에 밀려서 다 폐업했다"…태극기 골목 '눈물' [벼랑 끝 사장님]
광복절 대목에도 관수동 태극기 업체 단 2곳만 남아
국산 5000원·중국산 1000원…5배 가격차에 밀려
국산 관심 늘었지만 판매시장에선 중국산 우세 여전
美 자국산 의무화…韓 국산 우선구매 법안 심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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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에 밀려서 다 폐업했다. 떠난 지 오래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때 태극기와 각종 깃발을 만들어 전국에 공급하던 휘장골목이지만 거리에서 태극기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8월 초부터 광복절을 앞두고 주문이 몰릴 시기지만 올해도 분위기는 한산했다.
이날 골목을 돌아본 결과 일반 가정용 태극기를 직접 만들거나 판매하는 곳은 2곳 정도만 남아 있었다. 나머지 업체들은 폐업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떠났고, 남아 있는 점포들도 위패와 상패, 배지 등만 취급하고 있었다. 과거 태극기를 취급했던 일부 업체는 일반 가정용 제품 대신 주문 제작하는 대형 깃발 형태의 태극기만 다루고 있었다.
아직 태극기를 취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올림픽공원 사태 등으로 태극기 수요가 늘어날 줄 알았는데 전혀 늘지 않았다"고 전했다.
◇ '국산 태극기' 관심은 커졌는데…가격 앞에선 중국산
온라인에서는 최근 국산 태극기를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쿠팡 키워드 검색량 분석 서비스 '셀러라이프'에 따르면 '국산 태극기' 검색량은 평소 낮은 수준을 보이다 지난해 중국산 태극기 공습이 극심하다는 시장 상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광복절을 전후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8월엔 약 2000건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많았다.
일부 이용자는 국산 태극기 수십에서 수백 장을 직접 구입해 집회 참가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인증 사진을 올렸다. 주민센터에 전화해 국산 태극기를 판매하는지 확인하라는 팁도 공유됐다. 실제 일부 지자체 센터에서는 국산 태극기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판매시장에서는 여전히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하다. 다이소 판매 제품은 국산 태극기가 개당 5000원, 중국산은 1000원으로 가격이 5배 차이 났다. 다이소 온라인몰에서는 국산 제품은 남아 있는 반면 1000원짜리 중국산 제품이 품절된 상태다. 쿠팡에서도 '태극기'를 검색하면 국산 제품이 상당수 상위권에 노출되고는 있지만, 판매량 1위는 개당 약 1000원꼴인 중국산 제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낙인 찍은 탓에 태극기 판매량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20년째 태극기를 제조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저가 중국산이 국내에 들어온 이후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며 "상황은 어렵지만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창의융합학부 교수는 "한 나라의 상징물인데 중국산이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분명 불편한 현실"이라면서도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업체 차원에서도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 등 보다 다양한 노력도 이젠 필요하다"고 말했다.
◇ 美는 '정부 성조기 미국산' 법제화…한국은 심사 중
이에 미국은 2024년 7월 연방정부가 구매하는 성조기를 원칙적으로 미국산 원재료로 미국에서 전량 생산하도록 하는 '올 아메리칸 플래그법'을 제정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8명은 지난해 9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장이 국내에서 생산한 국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대한민국국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제안 이유에도 미국의 성조기 국산화 사례가 언급됐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뒤 현재 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다.
이래원 대한민국국기홍보중앙회 회장은 "단순히 업체의 생존 문제로만 볼 일은 아니다"며 "국기는 한 나라의 상징이자 자존심인 만큼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국민과 국가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