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여자친구: "오빠는 집이 어디야? 어디 살아?“

남자친구: "우리 집 주소? 서울시 중구 중앙고속 3D야.“

여자친구: "우리 헤어져.“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청년 주거공간 대책으로 폐버스 리모델링해 공급한다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이디어를 다룬 글입니다.

청년 주거난 해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높은 집값과 전·월세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들의 단기 주거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제안까지 나오면서입니다. 제안의 취지는 공급 공백을 메우자는 것이었지만, 청년 주거 문제를 지나치게 안이하게 본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 주거공간으로 제공하자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청년들의 주거난이 심각하다고 해도 폐버스를 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황 의원은 글을 게시한 지 약 2시간 만에 삭제했습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황 의원의 제안에 대해 "적절치 못한 사례를 올려서 청년·학생들을 자극했다"며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했습니다.

결국 황 의원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황 의원은 지난 10일 SNS를 통해 "버스 하우스 제안에 대해 청년세대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예정한 기자간담회도 취소했습니다.

그런데 황 의원의 해명을 들여다보면 이번 논란을 단순한 '아이디어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 있습니다. 황 의원은 폐버스 주택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정부 주도 주택공급의 시차를 보완하고, 저소득층 청년들의 극심한 임시주거비 부담을 단기적으로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집을 짓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새 청년이 거주할 공간으로 폐버스를 활용해보자는 발상이었던 셈입니다. 역설적으로 이번 논란이 서울 주택시장이 처한 공급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의도 63빌딩 '63 스카이피크닉'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권 아파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63빌딩 '63 스카이피크닉'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권 아파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은 당장 입주할 새 아파트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7158가구에서 내년 1만7197가구로 36.7% 감소할 전망입니다. 공사비 상승과 정비사업 지연 등에 따른 착공 감소가 향후 입주 물량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세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세입자가 마련해야 할 평균 보증금이 5000만원 넘게 늘었습니다. 신규 아파트 입주 감소에 따른 전세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됩니다.

정부도 공급 부족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신규 주택 135만 가구를 착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최근에는 신규 공급 목표를 추가하는 것보다 기존에 발표한 물량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도록 사업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주택 정책에서 '착공'과 '입주' 사이에 상당한 시간차가 있다는 점입니다. 땅을 확보하고 인허가를 거쳐 착공하더라도 실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공급 계획을 아무리 많이 발표해도 당장 대학가 원룸을 구하는 청년이나 전셋집을 찾아야 하는 신혼부부가 들어갈 집이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 공급의 시차를 메우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임시 주거 대안을 고민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소득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일 방법 역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청년 주거난의 대안으로 '폐기되는 버스'가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책 수요자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직장과 학교에 다니면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던진 질문은 남습니다. 서울에서 청년이 감당할 수 있는 집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의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그 답을 찾지 못한다면 '폐버스 주택' 같은 아이디어가 또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