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정이 빠르게 경직된 배경에는 세입 감소와 지출 확대가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핵심 세원인 취득세 수입은 줄었지만, 복지와 교통 등 고정성 지출은 계속 늘었다. 부족한 재원은 지방채와 각종 기금으로 메웠다. 그 결과 올해 지방채 발행 여력은 사실상 소진됐고, 기금까지 대규모로 일반회계에 투입하고도 일부 필수사업은 1년치 예산을 모두 편성하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 냉각에 취득세 급감

세입 여건이 꺾인 것은 2022년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지방세 초과세입이 이어졌다. 2021년에는 지방세 본예산 12조6000억원보다 4조1626억원을 더 걷어 초과세입 규모가 본예산의 33%에 달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주택과 토지 거래가 줄자 취득세 수입이 급감했고, 이후 지방세 수입이 전망치를 밑도는 상황이 이어졌다.
경기도, 복지 확대 '역습'…지방채·기금 영끌로도 세수 펑크 못 메워
세입이 줄어드는 동안 지출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경기도는 경기 침체와 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수요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확장재정을 유지했다. 지역화폐와 청년기본소득 등 기존 사업을 이어가면서 기회소득 같은 새로운 정책도 더했다. 정부가 긴축재정 기조 아래 본예산 증가율을 2%대로 낮춘 시기에도 경기도 본예산은 6~7%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예산에서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민선 8기 초 40%대 초반에서 최근 50% 수준까지 올라섰다. 세입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출렁이는 반면,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경상성 지출은 계속 증가했다.

◇지방채로 메운 재정

부족한 재원을 메운 것은 지방채였다. 경기도는 지난해 지방채 발행 한도 9460억원 가운데 99.6%인 9430억원을 활용해 추가로 발행할 여력이 사실상 남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발행한 지방채를 합하면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며, 채무 잔액도 2021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각종 기금에서 5588억원을 일반회계에 투입했고,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는 운용 가능한 384억원 중 340억원을 끌어다 썼다.

이러고도 필요한 예산을 모두 담지 못했다. 노인장기요양 관련 예산 1234억원과 학교급식 경기교육청 부담분 584억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29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사업은 12개월치가 아니라 9개월가량만 편성됐다. 경기도가 당장 쓸 수 있는 가용 재원이 그만큼 빠르게 줄었다는 의미다.

재정 운용을 둘러싼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지난 5일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면서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당장의 위기를 넘겼다”며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고 민선 8기 재정 운용을 비판했다. 민선 8기 측은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경기 침체와 복지 수요에 대응하려면 필요한 지출은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지역화폐 지원을 줄이면서 지방정부 부담이 커진 점도 재정 압박의 원인으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김동연 전 경기지사가 2025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것을 경기도 복지 예산 확대와 연결 짓는다. 김 전 지사는 경선 당시 장애인, 예술인, 체육인 등을 대상으로 한시적 현금성 지원을 하는 기회소득을 트레이드 마크 정책으로 내세웠다.

◇재정위기단체 지정 요건은 아냐

다만 경기도는 ‘재정위기단체’나 ‘재정주의단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11.95%다. 지방재정법 시행령상 재정주의단체 지정 기준은 25% 초과 40% 이하, 재정위기단체 지정 기준은 40% 초과다.

경기도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의 2026년 당초예산 기준 재정자립도를 보면 경기도는 54.39%로 서울시(74.04%)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정창훈 인하대 정책대학원장은 “경기도 재정난은 세출이 늘어난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광역자치단체가 지는 지출 책임에 견줘 세입 구조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