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비대면 금융 서비스 등에서 널리 쓰이는 개인정보 수집 방식인 ‘스크래핑’ 관행을 손본다. 스크래핑은 이용자에게 동의를 얻은 기업이 공공기관에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비스에 필요한 정보를 ‘긁어’ 가져오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서류 제출 없이 비대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는 있지만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넘겨받는 방식의 정보 수집 행위는 과도하다는 게 개인정보위의 판단이다.

개인정보위는 11일 관련 설명회를 열고 “중장기적으로 스크래핑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김은경 범정부 마이데이터추진단 전략기획팀장은 스크래핑에 대해 “집 비밀번호를 택배기사에게 알려주고 필요한 물건을 대신 가져오게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대출 등을 신청할 때 소비자가 소득, 납세, 건강보험 등의 서류를 일일이 발급받지 않아도 되지만, 기업의 고의 또는 실수로 개인정보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개인정보위는 스크래핑의 편의성을 고려해 전면 중단 대신 중장기적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인정보위가 추진하는 API 방식은 금융회사 등이 이용자의 인증 정보로 공공기관 자료에 직접 접근하는 대신 공공기관이 요청받은 정보만 ‘전용 통로’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김 팀장은 “택배기사를 집에 들이는 대신 필요한 물건을 무인 택배함에 넣어두고 기사가 가져가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개인정보가 오가는 방식을 더 안전하게 바꿔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API 구축에 부담을 느낀 공공기관이 스크래핑만 연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법원이 오는 20일부터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스크래핑을 차단하기로 하자 비대면 금융 서비스 중단 우려가 불거졌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와 함께 대법원에 유예를 요청한 상태”라며 “유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