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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설 예외 없다"…재개발 복리시설 분쟁 기준 나와 [조선규의 부동산 산책]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서울고법 "종교시설 특별 우대 근거 없어"
재개발 조합 계획 재량·조합원 형평성 재확인
서울고법 "종교시설 특별 우대 근거 없어"
재개발 조합 계획 재량·조합원 형평성 재확인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교회가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에서 종교시설의 법적 지위와 권리 범위를 다시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서울고법 2026년 4월10일 선고 2025누6542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상고 없이 확정돼 향후 재개발 현장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조합은 정비구역 안에 종교용지만 공급하고 별도의 종교시설 신축은 배제한 채 분양신청공고를 마쳤습니다.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았습니다.
이에 반발한 원고 교회는 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교회는 교회 부지 약 100평(330㎡)과 임야 약 130평(430㎡)을 소유한 소형 교회입니다.
교회 측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조합이 도시정비법 제72조와 제74조 등을 위반해 종교용지 분담금 추산액이나 종교시설 신축 관련 사항을 분양신청공고와 관리처분계획에서 누락했다는 것입니다. 둘째, 다른 조합원에게는 건축물까지 공급하면서 교회에는 토지만 공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교회 측은 종교단체의 특수한 법적 지위를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단순한 토지 소유자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 안에서 종교활동을 계속해온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상 재개발사업에서 종교시설 소유자를 주택 및 상가 소유자와 달리 특별히 우대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습니다.
교회 측이 근거로 든 ‘서울시 종교시설 처리방안’이나 ‘재정비촉진계획 수립 협조지침’에 대해서도 법원은 행정지도나 내부 방침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외적인 법적 구속력을 갖는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은 조합이 안내책자 등을 통해 조합원별 종전 자산가격과 분담금 산출 방법을 충실히 제공했다면 도시정비법상 필수 기재 사항이 누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재개발과 재건축의 차이입니다. 재건축사업에는 부대·복리시설 소유자에게 해당 시설을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명문 규정이 있습니다.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63조 제2항입니다.
반면 재개발사업에는 같은 규정이 없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재건축에서는 면적, 위치, 건물 가치 등 세부 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주로 발생합니다. 재개발에서는 생존권 문제와 맞물려 사업 자체를 흔드는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재개발은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이 불가피하게 제한될 수 있는 사업입니다. 다만 그 이면에는 도시·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공익이 있습니다. 법 제도는 여러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교회가 현금보상을 통해 구역 안팎으로 이전하거나 상가를 분양받아 종교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런 대안이 있는데도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가는 종교시설 신축을 조합에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조합의 계획 재량도 인정했습니다.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때 일정한 재량을 가집니다. 교회의 종전 규모, 토지 면적, 종교용지 배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법원은 교회 측이 주장한 종교적 영속성보다 정당한 보상 원칙과 조합원 간 형평성에 더 무게를 둔 것입니다. 종교시설이라고 해서 조합이 반드시 건물을 지어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종교시설에 무조건적인 우선 분양권이나 신축 요구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했습니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제도와 절차가 다르지만, 복리시설 분쟁이 사업 지연의 핵심 변수가 된다는 점은 같습니다.
종교시설과 복리시설 소유자도 현실적인 선택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현금청산을 통한 보상, 조합원 자격에 따른 종교용지 분양과 자력 건축, 상가 분양을 통한 종교활동 유지 등 제도 안에서 가능한 대안을 따져봐야 합니다.
조합 역시 절차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종전 자산 평가, 분담금 산정 방식, 공급 기준, 선택 가능한 대안 등을 투명하게 안내해야 합니다. 절차가 부족하면 법적 분쟁의 빌미가 됩니다.
정비사업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맞물린 공익사업입니다. 교회와 유치원 같은 복리시설도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다만 그 권리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 전체의 공익성과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이번 판결은 복리시설 소유자에게는 권리 범위의 현실적 한계를 보여주고, 조합에는 절차적 투명성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선규 법무법인 조율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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