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폴드8 울트라(왼쪽부터), 갤럭시Z플립8, 갤럭시Z폴드8. 사진=삼성전자
갤럭시Z폴드8 울트라(왼쪽부터), 갤럭시Z플립8, 갤럭시Z폴드8.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아직 시장 규모로는 '단역'에 머물러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주연급 조연'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공개한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가 전 세계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전작을 웃도는 사전 판매량을 기록하면서다. 실제 올 하반기는 폴더블폰 시장 확대의 '분기점'으로 꼽힌다. 중국 업체들에다 애플도 폴더블 아이폰을 예고한 만큼 경쟁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갤Z8, 전 세계 사전 판매량 500만대" 전망

11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는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초기 흥행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샘모바일은 최근 정보기술(IT) 팁스터(정보유출자) 아이스유니버스를 인용해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 사전 판매량이 약 470만~520만대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여권폰'으로 인기를 끄는 갤럭시Z폴드8이 약 290만대를 기록해 59%가량을 차지했다는 관측이다.

그간 공개된 지표만 보면 초기 수요는 전작을 웃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 세계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 사전 판매량은 전작보다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선 39%, 유럽에선 20% 이상 늘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선 1주일간 144만대가 사전 판매되면서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당장 시장 구도는 중국 업체 쪽으로 기울어 있다. 스마트애널리틱스글로벌(SAG)이 집계한 올 1분기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 점유율은 화웨이 40%, 삼성전자 25%, 아너 19% 순이었다. 화웨이·아너를 합치면 59%다. 화웨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4%)보다 점유율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1위를 지켰다.

연간으로는 2025년 삼성전자가 40%(카운터포인트 집계)로 화웨이(30%)를 10%포인트 앞섰지만 모토로라(12%)·아너(7%)를 통틀어 볼 경우 중국이 우세한 상황이다.

중국에선 화웨이 신제품이 존재감을 키웠다. IDC는 올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출하량 기준 6900만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했지만 화웨이는 선두를 지켰다고 발표했다. 특히 폴더블 신제품 퓨라 X 출하량은 IDC가 1분기 시장을 분석한 시점에 150만대를 넘어섰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도 프리미엄·폴더블 수요가 화웨이의 버팀목이 된 셈이다.
지난 7일 서울 시내 삼성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이날 공식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 울트라2·워치9' 제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시내 삼성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이날 공식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 울트라2·워치9' 제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갤Z8 출격에 '북미 폴더블' 시장도 들썩

북미 시장은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에 이어 폴더블 아이폰 출시 이후 가장 큰 격변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일단 북미 폴더블폰 시장을 예열해둔 상태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갤럭시Z폴드8 울트라·Z폴드8이 사전 판매 이후 첫 12일간 올린 판매량은 현지 역대 갤럭시Z 시리즈 중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Z폴드8 울트라·Z폴드8 합산 판매량이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폴드 세대보다 30%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 중 갤럭시Z폴드8이 이동통신사·소매점 전체 사전 판매량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북미 폴더블 시장이 출하량 기준 48%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진입 첫해 점유율 46%를 확보한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1%에서 올해 29%, 모토로라는 44%에서 2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자체는 커지지만 기존 안드로이드 업체 몫을 애플이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

'폴더블 사각지대' 유럽도 흔들, 인도선 '돌풍'

유럽은 아직 폴더블폰 침투율이 낮다. 지난해 1분기 유럽 폴더블폰 판매량은 4% 늘었지만 전체 스마트폰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카운터포인트)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는 제품 공개 후 11일간 현지 사전 판매량이 전작보다 20% 이상 늘어 유럽 역대 폴더블 가운데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 중 갤럭시Z폴드8이 약 40%를 차지했다. 낮은 시장 비중을 고려하면 신제품 흥행이 수요층 확대로 이어질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인도에선 삼성전자가 폴더블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기준 지난해 삼성전자의 현지 폴더블폰 출하량 점유율은 88%에 달했다. 출하량도 전년보다 28% 늘었다.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도 사전 판매 시작 72시간 만에 27만1000대 이상이 팔렸다. 이 가운데 45%는 대도시가 아닌 2급 도시 이하에서 나왔다. 고가 폴더블 수요가 주요 대도시 밖으로 확산하는 신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점유율에서도 반등 조짐을 보였다. SAG 기준 올 1분기 삼성전자의 폴더블 출하량 점유율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25%로 11%포인트 뛰었다. SAG는 전작인 갤럭시Z폴드·플립7 판촉, 이동통신사 지원 확대, 중국 밖 프리미엄 시장 판매 호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폴더블 '3강 체제' 재편 전망…'적자 탈출' 기대작

올 하반기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지난해 1960만대였던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이 올해 2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0%에서 올해 32%로 낮아지겠지만 선두를 유지한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25%, 화웨이는 24%로 뒤를 이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놨다. 폴더블 아이폰 예상대로 출시되면 삼성전자·애플·화웨이 3사가 전체 시장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구도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 경우 시장 확대와 동시에 업체 간 점유율 경쟁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MX) 사업 적자 폭탄을 떠안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폴더블폰 시장 확대로 수익성에 청신호를 켜게 될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폴더블폰 도매 기준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보다 1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1600달러 이상 제품 비중은 지난해 약 3분의 1에서 올해 60%로 확대되고 폴드 형태 폴더블폰 비중도 76%로 뛴다고 봤다.

삼성전자 MX·NW사업은 올 2분기 매출 33조2000억원을 올리고도 7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다. 부품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만큼 회사는 하반기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 등 플래그십 판매 비중을 높여 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비용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복안.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가 적자 폭을 줄일 '수익성 제고용' 기대작으로 꼽히는 이유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