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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3대 메가프로젝트, 이제 '코리안 드림'으로
권기범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리쇼어링,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그 사다리도 함께 흔들렸다. 한때 공장에서 흘린 땀이 중산층의 삶으로 돌아오던 시대의 기억, 그것이 소위 러스트 벨트가 그리워하는 아메리칸 드림이다. 이것이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제조업 리쇼어링에 나서고도 그 길이 쉽지 않은 이유다. 공장은 다시 세울 수 있지만, 공장으로 향하는 꿈까지 되살릴 수는 없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첨단 팹은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지만 건설 초기 숙련 기술자가 부족해 양산 일정이 지연됐고, 결국 대만에서 인력을 투입해야 했다. AI 경쟁의 마지막 병목은 인재인 것이다. 오늘날 미국 청년이 선망하는 일자리는 외딴 반도체 공장이 아니라 대도시의 서비스 산업에 있다. 제조업이 더 이상 한 세대의 꿈이 아니게 된 것이다.
선진국이 된 한국…인재 양성 어떻게?
이번 메가프로젝트 역시 같은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로봇 생산기지를 대규모로 건설한다. 그렇다면 그 시설을 설계하고 건설하며 운영할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와 기술자는 어디에서 올 것인가.선진국이 된 한국의 청년들도 의대로, 자본 시장으로, 플랫폼 기업으로 향한다. 그 길이 안정과 보상을 더 확실하게 약속하기 때문이다. 연구실도 생산 현장도 우수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지역 거점으로 인재가 이동할 유인은 무엇인가. 필요한 것은 메가프로젝트에도 같은 확신을 심어줄 새로운 서사다. 이 선택이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설 때, 청년들은 첨단 산업 현장으로 향할 것이다.
새로운 서사는 투자와 제도가 뒷받침해야 한다. 우선 교육재정의 물길을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으로 돌려 반도체·AI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인재는 그렇게 길러진다. 둘째, 일론 머스크가 텍사스 남단의 외딴 마을을 단순한 발사기지가 아니라 우주를 향한 인류의 전진기지 ‘스타베이스’로 구상했듯, 첨단산업 클러스터도 인재를 끌어당기는 혁신 도시로 설계해야 한다. 인재는 그런 곳에 모인다. 마지막으로 애써 키운 인재가 떠나지 않도록, 우수 엔지니어와 기술자가 제대로 대우받는 인사제도와 조직문화를 갖춰야 한다. 인재는 그럴 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