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하반기 연구보안 전담기관을 처음 지정한다. 미국과 영국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연구보안을 관리하는 체계를 둔 것과 비교하면 뒤늦은 출발인 만큼 조직과 예산, 운영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 연구보안 전담기관을 지정할 계획이다. 지난 2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개정되면서 전담기관을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전담기관은 범부처 연구보안 정책을 지원하는 사실상의 총괄기구 역할을 맡는다. 연구현장 실태조사와 제도 개선, 교육과 상담 등을 담당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지켜야 할 보안 기준을 확산하는 역할도 한다.

정부는 새 기관을 설립하는 대신 기존 공공기관을 전담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별도 운영 예산은 아직 편성되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기존 연구보안 예산을 활용하고 내년부터 전용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경제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범부처 연구보안 지침은 오는 10~11월 마련할 예정이다. 연구기관의 보안관리 기준과 운영 원칙 등을 담아 고시 형태로 배포한다. 현황 파악과 실태조사는 전담기관 지정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해외 주요국은 일찍부터 정부 주도의 연구보안 체계를 갖췄다. 미국은 국립과학재단 산하에 연구보안 정보공유 조직을 두고 있다. 2024년부터 5년간 6700만달러, 약 950억원을 투입해 연구보안센터도 운영 중이다. 연구자 신원 확인과 해외 연구협력 위험성 점검, 보안 교육과 정보 공유 등을 맡는다.

영국은 2021년부터 과학혁신기술부 산하 연구협력자문팀을 운영하고 있다. 민감기술과 신흥기술 분야의 국제 공동연구에 국가안보 자문을 제공한다. 지난해 7월부터는 해외 정부 등의 영향력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외국 영향력 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구보안을 단순한 행정지원이 아니라 국가 기술안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허심판원장을 지낸 박성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대학은 기업보다 연구자의 보안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인력과 시설, 관리체계 전반의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첨단기술 유출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부처별 대응을 넘어 연구보안을 총괄할 범부처 지휘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영기/최영총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