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세제가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단순한 세율 조정이나 증·감세 논란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이어져 온 부동산 과세 체계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개편에 가깝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실거주’입니다. 정부는 중저가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고 비거주 주택, 초고가 주택, 다주택 보유자에게는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히 실거주를 우대하는 수준을 넘어 보유세는 자산세답게, 양도세는 소득세답게 정상화하겠다는 방향성입니다. 실거주 여부가 정책 인센티브의 기준으로 올라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는 ‘몇 채를 갖고 있느냐’를 중심으로 설계됐습니다. 다주택 여부가 과세의 핵심 기준이었습니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기준이 달라집니다. 얼마짜리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실제 그 집에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주택 수 중심 과세에서 자산가치와 실거주 중심 과세로 축이 이동하는 것입니다.

이 변화는 종합부동산세에서 가장 뚜렷합니다. 초고가 1주택과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단계적으로 높아집니다. 반면 실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 확대를 통해 상당수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특히 시가 20억원 이하 실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오히려 완화되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비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 축소와 각종 공제 배제로 같은 한 채를 보유하고 있어도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재설계한 점입니다. 그동안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기간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깎아주는 제도였습니다. 앞으로는 실제 거주 기간이 공제의 핵심 기준이 됩니다.

이름을 바꾼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이름은 제도의 본질을 담는 그릇입니다. 부동산을 양도하면서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는 시장에서 흔히 ‘거래세’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기존 제도가 ‘오래 보유하면 특별히 공제해준다’는 의미였다면 앞으로는 ‘오래 거주한 경우 그 소득에 대해 공제해준다’는 의미가 강해집니다.

양도차익은 원칙적으로 과세해야 할 소득입니다. 다만 실거주라는 공익적 목적이 있는 경우 정책적 혜택을 주겠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입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1가구 1주택 비과세 특례 등 양도세 관련 혜택에도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2027년 유예, 2028년 중간 단계, 2029년 본격 시행이라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 다주택자에게 자산을 재편할 시간을 주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특히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가 유지되는 2027~2028년은 사실상 마지막 매도 기회로 인식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후에는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혜택 축소가 동시에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다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매물 출회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고령층이 보유한 초고가 주택의 다운사이징 수요와 비거주 주택 처분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전월세 시장은 다른 흐름을 보일 수 있습니다. 등록임대 특례 축소와 임대주택 매각이 늘어나면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유세 부담 증가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일부 지역에서 임대료 전가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서는 실입주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 상승과 월세 전환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개편은 방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좋은 방향의 개편이라도 이행 과정의 부작용을 방치하면 시장에는 불필요한 혼란이 생깁니다. 이 변화가 혼란이 아니라 성장통이 되려면 전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과 비아파트를 포함한 공급 확대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이번 세제개편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국가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주택을 ‘사는 곳’과 ‘투자하는 자산’으로 구분하고 각각 다른 과세 원칙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제 주택 매입의 기준도 달라져야 합니다. 장기간 실제 거주할 수 있는 자산인지가 중요해집니다. 주택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오래 거주할 수 있는 입지와 상품성을 따져야 합니다. 대출 가능액, 이자 부담, 세금 부담까지 포함한 현금 흐름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절세 전략은 보유 기간보다 거주 기간이 중요합니다. 주택 수보다 자산의 가치와 활용 방식이 더 중요한 시대가 열렸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