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에르메스인데…"돼지고기 얼마야?" 집착하는 이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중국에서 소비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참고하는 의외의 지표가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다.

3일 에르메스가 공개한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 웹캐스트 영상에 따르면 악셀 뒤마 에르메스 회장(사진)은 “중국 소비 상황을 판단할 때 부동산 시장 지표와 함께 돼지고기 가격 추이를 본다”고 했다. “돼지고기는 연회와 식당에서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경기를 판단하는 좋은 지표”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30%를 차지하는 1위 소비국이다.

중국 신화통신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도축용 생돈 가격은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에르메스의 중국 사업은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일본 제외) 매출이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과 일본 매출이 각각 15.3%, 11.0%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중국 수요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았다는 분석에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직후 에르메스 주가는 전날보다 11% 급락했다.

명품업계 등 소비재 시장에서는 거시 통계와 함께 일상 용품이지만 소비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이색 지표를 종종 활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립스틱 지수’다. 레너드 로더 전 에스티로더 회장이 2001년 경기 침체 당시 립스틱 판매가 늘자 만든 표현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자가 값비싼 가방과 의류 구매는 미루면서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화장품에 지갑을 여는 현상을 반영했다. 연말 모임, 기업 행사 등 축하 자리에서 주로 마시는 샴페인을 적용한 ‘샴페인 판매 지수’도 소비심리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