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인연은 4년으로 끝났지만, 예술적 동반자의 길은 50년을 뛰어 넘었다. 현존하는 거장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85)와 프랑스 음악 해석의 대가 샤를 뒤트와(89)의 얘기다.

세계 주요 무대를 함께 누빈 두 명장(名匠)이 오는 11월 서울에서 만난다. 두 사람이 함께 한국 관객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문화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은 오는 11월 21~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샤를 뒤트와·마르타 아르헤리치 with KBS교향악단’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등을 선보인다.

◇ 살아있는 전설, 마르타 아르헤리치

60년 넘게 세계 최정상의 피아니스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르타 아르헤리치.   ©안드리아노 하이트만
60년 넘게 세계 최정상의 피아니스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르타 아르헤리치. ©안드리아노 하이트만
아르헨티나 출신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196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이후 60년 넘게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폭발적인 에너지와 자유로운 해석으로 ‘건반 위의 호랑이’, ‘은발의 마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여든을 넘긴 지금도 세계 각국의 축제는 물론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샤를 뒤트와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25년간 이끌며 악단을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올린 지휘자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일본 NHK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냈다. 투명한 음색과 치밀한 구조감, 섬세한 색채감으로 프랑스 음악은 물론 러시아 레퍼토리 해석에서도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역동적 손짓과 표정으로 오케스트라의 음색을 이끌어내는 지휘자 샤를 뒤트와.  ©프리스카 케터러
역동적 손짓과 표정으로 오케스트라의 음색을 이끌어내는 지휘자 샤를 뒤트와. ©프리스카 케터러
공연은 스페인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의 ‘삼각모자 모음곡 제2번’으로 막을 올린다. 원래 발레 음악으로 쓰인 작품으로, 안달루시아 지방의 민속 선율과 춤곡 리듬을 화려한 관현악법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생동감 넘치는 리듬과 강렬한 색채감이 돋보여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보여주는 레퍼토리로 꼽힌다.

◇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다. 미국 재즈의 영향을 받은 경쾌한 리듬과 프랑스 특유의 세련된 음향, 눈부신 기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20세기 협주곡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느린 2악장은 절제된 서정성과 긴 호흡의 선율로 피아니스트의 섬세한 표현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아르헤리치는 이 작품을 두 차례 음반으로 남겼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여온 만큼, 특유의 자유분방하면서도 강렬한 해석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부에서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가 연주된다. 미국 체류 시절 작곡한 이 작품은 새로운 대륙에 대한 호기심과 고향 보헤미아에 대한 향수를 함께 담아낸 명곡이다. 장중한 금관과 서정적인 선율이 교차하며 웅대한 스케일을 만들어내고, 2악장의 잉글리시 호른 선율은 교향곡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오랜 기간 프랑스와 러시아 음악뿐 아니라 낭만주의 교향곡에서도 깊이 있는 해석을 선보여온 뒤트와가 어떤 ‘신세계’를 들려줄지도 관심사다.

이번 공연은 롯데콘서트홀 개관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10 for 10’의 마지막 무대로 마련된다. 프로젝트의 피날레라는 의미도 있지만, 세계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두 거물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티켓은 롯데콘서트홀 빈야드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오늘(4일) 오후 2시 선예매를 시작하며, 일반 예매는 6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가격은 R석 27만원, S석 22만원, A석 17만원, B석 12만원, C석 7만원이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