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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수도권 떠나는데…한국만 인구 43% '서울 몰빵' [도쿄나우]
집값 급등·원격근무 확산으로
세계는 탈수도권 흐름
'도쿄 올인' 일본보다도 2배 심각
세계는 탈수도권 흐름
'도쿄 올인' 일본보다도 2배 심각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유엔의 ‘세계 도시화 전망 2025년판’을 토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23년 43.3%로 집계됐다. 2010년 42.1%에서 1.2%포인트 더 높아졌다.
한국 국민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거주하는 셈이다. 수도권 집중도가 계속 상승해 사회적 문제인 일본도 2030년 전망치가 27.6%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집중 현상은 훨씬 심각하다.
세계 주요국의 흐름은 한국과 반대다. OECD 37개국의 평균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21년 16.9%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추정치가 있는 2023년에도 전년보다 낮아졌다. 독일과 노르웨이 등 24개국에서 수도권 집중이 완화됐다. OECD 회원국 10곳 중 6곳 이상에서 수도권 이탈이 나타난 것이다.
프랑스는 2023년 수도권 인구가 전년보다 7000명 늘었지만 증가폭은 10년 전의 7분의 1로 줄었다. 수도권과 범위가 거의 겹치는 일드프랑스 지역에서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약 3만6000명의 전출 초과가 발생했다.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를 웃도는 자연 증가 덕분에 전체 인구가 소폭 늘었을 뿐, 실제 인구 이동만 보면 수도권을 떠나는 사람이 들어오는 사람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수도권 이탈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집값 급등이 꼽힌다. OECD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인구 150만명 이상 대도시권의 주택가격은 약 68% 상승했다. 인구 25만~150만명 도시권의 상승률 50%, 10만~25만명 도시권의 37%를 크게 웃돌았다.
대도시의 주거비가 중산층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방과 중소도시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도 높은 주거비가 도시를 떠나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는 2022년 4780명의 전출 초과가 발생했다. 아일랜드 중앙통계국은 재택근무의 정착 등 새로운 근무 방식이 인구 이동에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일자리와 교육 기회, 주요 기업과 정부 기능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로 중앙행정기관 일부를 이전했지만 기업과 대학, 고임금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퍼솔커리어가 지난해 일본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무 지역을 선택한다면 도쿄도와 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현 등 수도권 1도3현을 고르겠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가장 많이 꼽힌 이유는 “급여가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이 반드시 더 풍요로운 생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OECD 지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수도권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2015년 전국 평균의 1.143배에서 2022년 1.117배로 낮아졌다.
일본 수도권도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의 1.118배에서 1.084배로 하락했다. 수도권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더라도 집값과 임대료, 교통비 등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와 기업의 집적은 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거래 비용을 낮추며 혁신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집중이 지나치면 교통 체증과 주거비 급등, 출산율 하락, 지방 인구 감소 등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청년층이 일자리와 교육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방은 소비시장과 노동력, 세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도 집값 상승과 출퇴근 혼잡, 기반시설 부족 등의 비용을 떠안게 된다.
각국은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기 위해 행정과 산업 기능을 분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과밀화한 자카르타를 대신해 누산타라로 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세종시로 행정 기능 일부를 옮겼지만 수도권 인구 비중은 오히려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행정기관 이전만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방에 수도권과 차별화된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 대학과 연구기관을 함께 육성해야 인구 이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