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엔 우승 물세례가 최고 > 이다연이 2일 강원 원주 오로라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오로라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 폭염엔 우승 물세례가 최고 > 이다연이 2일 강원 원주 오로라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오로라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2일 오후 강원 원주 오로라 골프&리조트(파72) 마지막 18번홀(파4). 단독 선두 김수지를 1타 차로 쫓던 이다연의 두 번째 샷이 핀 2.6m 거리에 떨어졌다. ‘오뚝이’ 이다연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먼저 퍼터를 잡은 이다연의 공이 홀 앞으로 멈추는 듯하다 절묘하게 홀컵 안으로 떨어지며 버디가 됐다. 치명적인 OB실수를 샷 이글과 클러치 버디로 이겨낸, 역전의 드라마였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KLPGA 제공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KLPGA 제공
이다연은 이 버디 퍼트 하나로 통산 10승 고지를 밟았다. 이다연은 이날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오로라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낸 이다연은 김수지(11언더파 277타)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1억8000만원이다.

◇불운 딛고 극적 뒤집기

이다연의 별명은 ‘오뚝이’다. 2017년 발목 골절, 2022년 손목 인대 파열, 지난해 교통사고 등 숱한 악재를 겪을 때마다 보란 듯이 털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혹독한 시기를 이겨낸 9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통산 9승째를 따며 다시 한번 ‘오뚝이’의 진면목을 증명했다.

이날도 그랬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섰다. 2타 차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다연은 3번홀(파4)부터 버디를 잡으며 역전 우승을 꿈꿨으나, 5번홀(파4)에서의 치명적인 실수로 우승과 멀어졌다. 세컨드샷이 왼쪽으로 밀려 아웃오브바운스(OB)를 낸 뒤 3타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다연에게 포기는 없었다. 9번홀(파4)에서 123m 거리의 샷 이글을 터뜨리는 행운과 함께 다시 힘을 냈다. 후반 15번홀(파4)에선 선두 김수지가 14.3m 롱 퍼트를 성공시키며 달아났지만, 이다연 역시 2.5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집어넣어 2타 차 격차를 유지했다.

역전 드라마는 17번홀(파3)에서 시작됐다. 이날 72.2%의 높은 그린 적중률을 뽐낸 이다연은 티샷을 핀 2.4m 거리에 붙여 버디를 낚았다. 김수지와의 격차를 1타 차로 좁힌 그는 마지막 18번홀에서도 날카로운 세컨드 샷에 힘입어 연속 버디를 잡으며 대역전극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6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이다연은 지난해 9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 KLPGA 투어 역대 17번째로 ‘두 자릿수 우승(10승)’ 달성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다연은 “마지막 홀에서 역전해 우승했다는 게 아직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10년 만에 통산 10승을 달성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활짝 웃었다.

◇여름에 웃지 못한 가을 여왕

마지막 홀에서 뼈아픈 보기를 범한 김수지는 끝내 ‘계절 징크스’를 떨치지 못했다. 통산 6승 중 5승을 9~10월에 거둬 ‘가을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는 유독 다른 계절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대회에서 그 징크스를 깰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마지막 홀 세컨드 샷 실수 한 번에 고개를 숙였다. 김수지의 샷은 그린을 넘겨 러프에 빠졌고, 어프로치 샷마저 핀과 거리가 멀었다. 김수지는 1년 10개월째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