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진=REUTERS
페라리의 첫 전기차(EV) '루체'가 출시 직후 거센 디자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판매 목표를 두 달 만에 달성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유입되면서 페라리의 전동화 전략이 초기 시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라리는 올해 루체 판매 목표를 500대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설정했으며, 이 목표를 지난 7월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루체가 지난 5월 출시된 이후 약 두 달 만에 목표 판매량을 채웠다고 밝혔다.

루체는 애플의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조니 아이브(Jony Ive)가 디자인을 맡았다. 시작 가격은 55만유로다. 그러나 공개 직후 기존 페라리 디자인과 다른 파격적인 외관 때문에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일반 대중차와 닮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페라리의 상징인 '프랜싱 호스' 엠블럼을 달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실제로 전 페라리 회장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는 루체에서 페라리 엠블럼을 제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투자자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지난 5월 신차 공개 이후 밀라노 증시에 상장된 페라리 주가는 첫 거래일에 8% 이상 하락했다. 이후 이달에는 오랫동안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해온 엔리코 갈리에라 최고마케팅·영업책임자가 회사를 떠났다. 다만 페라리는 후임으로 BMW 출신 임원을 선임하는 계획은 루체 출시 이전부터 예정돼 있었으며, 인사와 신차 논란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페라리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루체를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기술력을 보여주는 전략 모델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운전에 익숙한 중국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부유층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기존 내연기관 페라리 수집가들에게 전기차 구매를 강요하지 말라는 지침을 딜러들에게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목표도 유지되고 있다. 페라리는 2030년까지 루체를 약 2,500대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연평균 약 600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페라리 연간 판매량의 약 5% 수준으로, 다수의 애널리스트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페라리는 올해 판매 목표나 출시 이후 실제 인도 물량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시장 반응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페라리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중국에서 루체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의 기술 기업 창업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독립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분석가 스콧 셔우드는 페라리가 루체의 목표 고객층을 매우 정교하게 선별했다며 "페라리의 마케팅과 고객 분석 역량은 경쟁사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