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취업 가산점 잡을래요"… AICE에 빠진 특성화고
“평소 챗GPT와 클로드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렇게 제대로 배워보니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AI가 실제 업무에 적용되는 과정과 활용 방법에 대해 강의를 듣고 자격증 시험까지 치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AI 산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내 대표 공업계열 특성화고인 서울공업고등학교 권시윤 학생(친환경에너지전기과 1학년)의 평가다. 서울공고 학생 20명이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AI 역량 향상 교육을 받았다. 참여 학생들은 마지막 날에 AI 활용 능력 검증시험인 AICE(에이스·AI Certificate for Everyone) 베이식 등급에도 응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KT,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하는 ‘체험형 AICE 산학협동’의 일환으로 일정됐다. 사전 온라인 교육과 현장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AI 역량을 단기간에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다. AI 교육 외에도 사옥 탐방, 기업 소개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이 진로 목표를 구체화하고 학습 동기를 높일 수 있도록 기획했다.
"공기업 취업 가산점 잡을래요"… AICE에 빠진 특성화고

인기 끄는 ‘체험형 AICE 프로그램’

AICE는 KT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AI 능력 검정시험이다. 기업 실무자부터 취업 준비생, 대학생, 청소년까지 자신의 수준에 맞는 AI 역량을 검증할 수 있다. AI 기술의 이해·활용·문제 해결 능력 등을 실습에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 이론 중심의 객관식 시험으로만 치러지는 다른 민간 자격 시험과 달리 AICE는 응시자가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험은 총 6단계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베이식’, 최근 인기가 높은 생성형 AI 활용 능력에 중점을 둔 ‘제너러티브’, 준전공자와 기획자가 대상인 ‘어소시에이트’, 전공자와 개발자 수준에 맞춘 ‘프로페셔널’과 중·고교생 대상의 ‘주니어’, 초등학생 수준에 맞춘 ‘퓨처’가 있다.

이 중 어소시에이트는 2024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공인 민간자격을 부여받았다. 현재 정부 공인 AI 민간자격은 AICE 어소시에이트가 유일하다. AICE 어소시에이트 등급을 취득하면 관련 지침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도 가능하다. AICE 어소시에이트 자격증을 소지한 이들에게 다른 국가 자격증과 동일한 수준의 가점을 부여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전국 여러 초·중·고교에서 AICE를 교과 및 비교과 활동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에서는 AICE를 학점 인정이나 졸업 요건으로 연계하고, 정규학기 및 특별과정으로 활용한다. 우리은행 등 은행권과 삼성, LG, HD현대그룹 같은 주요 대기업도 채용·인사 및 사내 AI 교육에 AICE를 도입했다.
"공기업 취업 가산점 잡을래요"… AICE에 빠진 특성화고

“학생들 취업 및 진학에 도움 기대”

서울공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CE 산학협동과정에 참여했다. 교내 학생이 50명 이상 지원할 만큼 인기가 높자 학교 측은 두 번이나 추첨을 진행해 참가자를 선발했다. 교육 시작 전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AI 온라인 교육을 함께 수강하고 모둠 활동을 통해 예습을 하는 등 사전 준비에도 만전을 기했다. 학교 측은 AICE를 통해 학생들이 진로 및 진학에도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을 인솔한 정보교과 담당 이수진 교사는 “AICE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부족했던 AI 교육을 상당 부분 채울 수 있었다”며 “강사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줘 아이들이 잘 따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AI 수업이 실습 중심으로 진행되고 AI 용어 설명 등 기본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박정운 학생(토목건축학과 2학년)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입사하고 싶어서 채용 시 가산점이 부여되는 조건들을 챙기고 있다”며 “특히 가산점이 부여되는 AICE 어소시에이트 등급을 준비해 왔는데, 이번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AI 교육을 받고 AICE 시험에 응시한 것 외에도 한국경제TV 스튜디오,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등을 둘러보는 한경미디어그룹 투어에도 참여했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서울공업고는 공업 분야의 공립 특성화고다. 1899년 설립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공업계열 고교로 꼽힌다. 개설된 학과도 단연 국내 최대 규모다. 스마트기계과, 스마트용접설비과, 미래자동차과, 스마트자동화과, 친환경에너지전기과, 전자과, 신재생에너지과, 토목건축과, 바이오화공과, 섬유패션디자인과, 그래픽아트과, 신소재세라믹과 등 12개에 달한다.

공기업 및 대기업 취업과 대학 진학, 공무원 응시 등의 실적에서 특성화고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120년이 넘는 전통 속에서 배출한 7만여 명의 동문이 든든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