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에이피알·구다이 등
CEO 15명 중 4명이 뷰티 기업
룰라 "내 외모는 韓 화장품 덕"
“제가 잘생겨진 이유는 한국 화장품 덕분입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공개 연설에서 한 말이다. 여든을 넘긴 남미 최대국 정상의 입에서 나온 K뷰티 예찬이었다. 이로부터 7개월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호텔. 이재명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계기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K뷰티 최고경영자(CEO)가 한꺼번에 등장했다.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사장,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다.
◇브라질 간 K뷰티 수장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국내 기업 CEO 15명 중 4분의 1 이상이 K뷰티(4명)로 채워졌다. 제조 대기업이 주축이던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뷰티 기업 CEO가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경제 외교’ 멤버로 공식 데뷔했다. 한 뷰티기업 관계자는 “브라질 측에서 유망 뷰티 기업을 소개받고 싶다고 먼저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전통 화장품 기업(아모레퍼시픽)부터 인디 브랜드 출신의 뷰티테크(에이피알), 브랜드를 사들여 키우는 플랫폼 회사(구다이글로벌), 중소 브랜드를 해외로 나르는 유통기업(실리콘투) 등 K뷰티 생태계를 이끄는 기업인이 총출동했다. 대기업 한두 곳을 국가대표로 세우던 과거 K뷰티 공식과 달리 브랜드부터 디바이스, 인수합병(M&A), 유통 플랫폼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인디 브랜드를 대표하는 루키 기업이 대통령 경제 사절단의 ‘얼굴’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낯선 K뷰티 신흥강자가 경제외교 전면에 선 것은 그만큼 국내 수출에서 화장품의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 70억달러 중 중소기업 수출액 비중이 72.4%(50억7000만달러)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디 브랜드가 수출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때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올린 올리브영 쇼핑 인증샷에는 에이피알의 제로모공패드 등이 등장했다. 지난 2월 룰라 대통령 방한 때는 청와대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데일리 루틴’과 LG생활건강의 ‘오휘 마이스터 포맨’을 선물로 준비했다.
◇“화장품 허가 절차 개선할 것”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 K뷰티 CEO는 브라질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 등 핵심 브랜드를 이달 브라질 세포라에 입점시켰다. 에이피알은 드러그스토어와 e커머스를 함께 키우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실리콘투는 연내 브라질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 참가는 K뷰티의 남미 시장 진출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브라질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이다. 다양한 피부와 모발 특성을 지닌 소비층 덕분에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중남미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는 국가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K뷰티 기업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언급한 화장품 허가 절차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