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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하고, AI가 판단하고, 블록체인이 증명한다
한-스페인 국제 협력 'Physical AI' 기반 스마트팜 플랫폼 개발 착수
글로벌 표준 확장 목표
글로벌 표준 확장 목표
한국의 (주)알앤에스랩(주관연구개발기관), KAIST, 스페인의 에너지·IT 기업 Magtel Operaciones(스페인 측 주관), ITERIAM, BrioAgro, 그리고 소셜인프라테크 기술인력 등으로 구성된 한-스페인 컨소시엄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관하는 '2026년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에 선정, 'SF-Olive: 첨단 센싱, 블록체인, 엣지 인공지능 반도체 기반의 올리브 생산을 위한 스마트팜 플랫폼 개발' 과제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 간접 지표가 아니라, 나무 자신의 데이터를 읽는다
기존 정밀농업은 토양 수분, 기상 데이터 등 간접 지표에 의존해 왔다. 문제가 겉으로 드러날 때는 이미 작황에 영향을 준 뒤인 경우가 많았다. SF-Olive 플랫폼은 접근 자체를 바꾼다. 올리브 나무의 줄기와 잎에서 발생하는 전기 생체신호(Plant Electrical Biomarker)를 손톱보다 작은 초저전력 반도체로 직접 계측하고, 클라우드 연결 없이 현장에서 100ms(0.1초) 이내로 수분 스트레스를 예측하는 엣지 AI, 그리고 계측·처리된 데이터를 위변조 불가능하게 기록하는 블록체인까지 하나의 구조(SoC)로 통합했다. 식물이 겪는 스트레스를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간접 지표가 아니라 식물 자신의 신호로 포착한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디어다. 즉 식물의 수분이나 영양분 과소 등의 영향이 외형적으로 표현되기 전 내부 상태를 기반으로 더 빠르게, 더 정확하고 더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데이터는 블록체인으로 인증되어 유기농 인증, 탄소배출권 인증 또는 수자원 절약 인센티브의 근거 데이터로 활용된다. 데이터가 생산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외부 기관도 검증 가능한 신뢰가 부여되는 구조다.
◆ Physical AI의 난제 '데이터 오염', 블록체인 기술로 원천 차단
주목할 지점은, 여기서 개발되는 기술은 식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의 물리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Physical AI는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팜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 대부분이 수많은 엣지 센서와 단말의 데이터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통제되지 않은 현장에 흩어진 센서 하나하나가 잠재적 공격 지점이 되고, 데이터 위변조·오염(Data Poisoning)이 발생하면 AI는 그 사실조차 모른 채 왜곡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센서가 늘어날수록 이 위험도 함께 커진다.
연구진으로 함께 참여하는 KAIST 제민규 교수(AI 시스템학과 학과장)는 “Physical AI 환경은 수많은 엣지 센서와 단말이 분산된 형태이기 때문에 데이터 신뢰성 확보 및 데이터 오염 방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들 중 하나”라며, “Physical AI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결합함으로써 수집·처리되는 데이터의 무결성을 암호학적으로 검증하고 데이터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엣지 AI 단말에서 수집된 생체신호, 관수 권고 결과, 실제 용수 사용량은 해싱되어 블록체인에 실시간 기록되며, AI 판단의 근거 자체가 위변조 불가능하게 고정된다. AI 예측과 실제 물 사용량을 스마트 컨트랙트가 자동으로 대조·검증해 수개월 걸리던 농가 인센티브(보조금, 탄소크레딧) 정산을 수일로 단축하고, 스페인·EU 유기농 인증(CAAE, CCPAE) 및 CAP(공동농업정책) 에코스킴에 맞춘 이력 추적과 컴플라이언스 리포팅도 자동 제공한다.
제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올해 이번 SF-Olive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글로벌 'Physical AI 플랫폼 컨소시엄'의 출범을 계획 중이며, 데이터 신뢰 확보와 관련해서는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보유한 소셜인프라테크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AI 플랫폼에 신뢰를 부여하는 방법론에서 글로벌 표준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 물 부족의 땅에서 시작해, 세계 표준을 겨냥하다
이번 과제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대규모 올리브 테스트베드 현장에서 실증을 거친 후, 포도·감귤 등 지중해성 유실수 및 국내 고부가 시설원예 시장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2033년까지 해외 설치 기반만으로 연간 약 240만㎥ — 올림픽 규격 수영장 960개를 채울 수 있는 양 — 의 물을 절감하고, 승용차 75~100대가 1년간 내뿜는 양에 맞먹는 CO₂ 150~200톤을 감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AI를 활용한 합성 데이터가 대량 확산되고 데이터의 진본성 자체가 의심받는 시대, '나무가 말하고 AI가 판단하고 블록체인이 증명하는' 이번 실증이 신뢰할 수 있는 Physical AI의 글로벌 표준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