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젠슨 황도 "고맙다"…'TSMC 추격은 착각'이라던 삼성의 반전 [테크로그]
삼성전자 파운드리, '희망' 보인다
작년 대형 고객사 확보 등 성과
젠슨 황 "그록 칩 생산, 삼성 감사"
작년 대형 고객사 확보 등 성과
젠슨 황 "그록 칩 생산, 삼성 감사"
삼성전자는 두 달여 뒤 업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를 적용한 3나노 공정 초기 양산을 시작했다. 같은 해 2분기 파운드리는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첫 3나노 고객과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공정 선점이 대형 고객 확보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었던 이유다.
"TSMC 추격 착각" 지적에 '낮은 수율' 한계
고객사명이 공개된 외부 AI 반도체 수주는 2023년을 기점으로 연이어 확인됐다. 미국 그록은 차세대 언어처리장치(LPU), 텐스토렌트는 AI 칩렛 생산업체로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두 제품 모두 고성능 4나노 공정 SF4X를 적용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과 생산 물량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해 3분기 신규 설계 수주 잔액은 분기 기준 최대였지만 모바일 수요 회복이 늦어지면서 가동률·손익은 부진했다.2024년 7월엔 일본 프리퍼드네트웍스(PFN)의 AI 가속기를 2나노 GAA로 생산하고 2.5차원 패키징을 제공하는 턴키 수주를 따냈다. 삼성전자가 고객명을 공개한 2나노 AI 가속기 수주 사례다. 2분기 AI·고성능컴퓨팅 고객 수도 1년 전보다 두 배 늘었다. 당시 회사 측은 "이번 수주는 삼성의 2나노 GAA 공정 기술과 첨단 패키지 기술이 차세대 AI 가속기에 이상적인 솔루션임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율이 발목을 잡았다. 로이터통신은 같은 해 10월 삼성전자가 국내 생산라인에서 3나노 칩의 낮은 수율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4분기엔 낮은 가동률, 첨단공정 연구개발비 부담으로 수익성도 악화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매출은 32억6000만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1.4% 줄었다. 점유율은 8.1%로 TSMC(67%)와의 격차가 컸다.
삼성, 스위치2·테슬라 등 대형 고객 확보
흐름이 조금씩 달라진 시기는 지난해 들어서부터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닌텐도 스위치2용 엔비디아 프로세서를 생산한다고 전했다. 트렌드포스는 스위치2 양산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9.2% 증가한 31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결정적 수주 성과는 테슬라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부터 2033년 말까지 약 22조원 규모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서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대형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테일러 공장이 테슬라 수주를 통해 가동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애플도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에서 아이폰을 포함한 자사 제품용 칩을 공급받는다고 발표했다. 다만 칩 종류와 공정, 물량, 계약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3분기엔 첨단공정 중심으로 역대 최대 고객 수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4분기엔 1세대 2나노 제품 양산과 4나노 HBM 베이스다이 출하를 시작했다.
단 베이스다이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HBM4에 쓰는 내부 물량이어서 외부 고객사에서 따낸 파운드리 수주와는 구분해야 한다. 트렌드포스는 이 기간 삼성 파운드리가 흑자 전환하고 점유율도 6.8%에서 7.1%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젠슨 황 "그록 LP30 칩 생산, 삼성에 감사"
올해 가시적인 성과는 엔비디아가 공개한 그록 기술 기반 AI 추론 칩 '그록 LP30'이라 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가 그록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추론용 LP30을 4나노 공정으로 생산 중이라면서 올 하반기 출하한다고 설명했다. 황 CEO는 "우리를 위해 그록 LP30 칩을 생산하는 삼성에 감사하고 싶다. 삼성은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아직 삼성 파운드리의 부활로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 파운드리의 올 1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5.8%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고 점유율은 6.5%로 떨어졌다고 봤지만 TSMC의 점유율은 72%에 달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손익이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활의 징후'는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이 발표된 AI 서밋에선 브로드컴과의 협력이 공개됐다. 양사는 2030년까지 2000억달러가 넘는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차세대 AI 가속기용 HBM 공급과 브로드컴의 차세대 고속 데이터통신용 반도체에 적용할 삼성 2나노 이하 공정, 첨단 패키징이 협력 대상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대형 고객 부재와 수율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고객 기반을 점차 넓히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 양산은 내년 하반기 예정된 데다 브로드컴 역시 아직 양해각서(MOU) 체결 단계다. 아직은 부활을 선언할 단계로 보기엔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수주를 안정적인 양산·이익으로 연결해 부활을 증명할 시험대에 오른 상태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번 브로드컴과의 협약은 AI 시대 핵심 반도체 기술인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전반에 걸친 양사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차세대 AI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AI 시대에는 메모리, 로직, 첨단 패키징이 긴밀하게 통합된 반도체 솔루션이 중요하다"며 "브로드컴과의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미래 AI 인프라 발전을 가속화하고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