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메모리 탑재 추진 애플에
마이크론 "미국 반도체 무너져"
中 CXMT는 화웨이측 직원 축출
글로벌 산업 공급망 최상단에 있는 애플은 부품사 사이에서 ‘폭군’으로 통한다. 깐깐한 품질 잣대를 들이대는 동시에 온갖 수를 써서 납품 단가를 낮추기 때문이다. 중국만 놓고 보면 화웨이가 ‘제2의 애플’ 얘기를 듣는다. 10개 넘는 부품사끼리 경쟁을 붙이고 승자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애플과 화웨이가 최근 역풍을 맞고 있다. 고분고분하던 자국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시대 ‘전략 물자 기업’으로 위상이 올라간 메모리 기업과 완제품 업체 간 역학 관계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반도체를 도입하려는 애플의 움직임을 두고 마이크론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메모리값 폭등과 공급 부족에 직면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로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중국산을 쓰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인플레이션에 고심이 깊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의 생각은 다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 행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중국이 미국 조선·철강업을 파괴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모리가 부족해 중국산을 써야 한다는 애플의 주장에 “미국 내 설비 투자를 늘리면 된다”고 맞섰다.
여기에는 마이크론이 애플에 쌓아온 반감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애플이 제품 가격을 20% 올리며 그 이유로 ‘메모리 품귀와 공급사 폭리’를 들었을 때 마이크론은 격한 반응을 내놨다. 수미트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23년 침체기 때 일부 고객사가 단가를 형편없는 가격에 후려쳤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수익성이 악화한 메모리 기업이 증설할 수 없었다”고 애플을 겨냥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화웨이가 중국 D램 간판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게 계기가 됐다. 과거 화웨이의 단가 후려치기에 감정이 상해 있던 CXMT는 “메모리 가격을 올릴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CXMT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지난달 화웨이 측 장비 개발사인 사이캐리어 인력을 CXMT 공장에서 내보낸 게 대표적인 사례다. 로이터통신은 “사이캐리어 엔지니어들이 공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메모리 공급사 사이에 뒤집힌 힘의 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등에 필요한 스마트폰용 D램은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 고부가가치 서버 D램과 비교해 후순위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