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뉴스1
지난달 1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뉴스1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커졌지만, 기업 3곳 중 1곳은 늘어난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증가분을 자체적으로 떠안으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상반기 유가 변동에 따른 수출 물류 애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수출 제조기업 219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 기업의 83.1%는 올해 상반기 가장 큰 물류 애로로 '운임 상승'을 꼽았다. 중동 전쟁 이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062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전쟁 이전(1333포인트)의 2.3배, 지난해 최고치(2240포인트)보다 37% 높은 수준이다.

운임에 더해 원가 부담도 함께 커졌다. 응답 기업의 56.6%는 원자재·부품 조달비용 상승을 주요 애로로 지목했다. 물류비와 원재료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수출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수출기업 상당수는 운임과 원가가 올라도 이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78.1%는 물류비와 원가 상승분 가운데 제품 가격에 반영한 비중이 20% 미만이라고 답했다. 특히 32.9%는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전혀 전가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비용 상승분의 80% 이상을 가격에 반영했다는 기업은 5.5%에 그쳤다.

가격 전가가 어려워지면서 기업 수익성도 악화했다. 응답 기업의 85.9%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지난해보다 하락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9.3%는 영업이익률이 3~5%포인트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중소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4.6%)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역협회는 최근 국제 유가가 전쟁 직후보다 안정됐지만 기업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운임에 반영되는 데다, 7월 해상 유류할증료 인상에 이어 8월에는 국내 컨테이너 내륙 운송비도 오를 예정이어서다. 중동 지역 물류 차질이 해소되더라도 글로벌 선복 공급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재완 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특히 석유화학이나 식품·농수산물 분야는 물류비 비중이 높아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할 경우 해운·항공·내륙 운송 전반에서 물류비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실장은 "관계 부처와 협력해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