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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원도 못 가져왔다"…삼전닉스 '패싱'에 대구의 눈물 [소멸 리포트]
"입주사도 한계기업 많아…어딜 봐도 공실"
삼성·SK 3200조 투자 지도에 대구 '패싱'
영남권 312조서도 대구 몫은 상대적 미미
33년째 GRDP 꼴찌…20대 청년들은 떠나
삼성·SK 3200조 투자 지도에 대구 '패싱'
영남권 312조서도 대구 몫은 상대적 미미
33년째 GRDP 꼴찌…20대 청년들은 떠나
"이번에 여기 알파시티는 김부겸이 많이 밀었거든. 힘 있는 사람을 찍어서 대구를 살리자고 했는데…"
지난 15일 대구 수성알파시티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지역 경기와 상가 공실 현황을 묻는 말에 지난 지방선거 이야기부터 꺼냈습니다. 보수 정당의 오랜 텃밭인 대구에서 나온 뜻밖의 화두였습니다.
'대구의 판교'를 내걸고 조성한 첨단산업단지에서 선거 이야기가 먼저 나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발표한 3200조원 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에서 대구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 탓입니다. 여기에 단지의 핵심 사업인 8000억원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지방선거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찍었어야 했나"는 뒤늦은 회한까지 나오고 있었습니다.
◇ '대구의 판교'라더니…"어딜 봐도 공실"
앞서 대구시는 2023년 12월 SK AX와 SK리츠운용, 아토리서치 등과 '대구 수성알파시티 ABB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투자 및 협력 협약'을 맺었습니다. 약 8000억원을 들여 수전용량 30MW, 부지 면적 9917㎡, 연면적 2만9700㎡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토지 매매 계약을 비롯한 후속 절차가 계속 미뤄졌고, SK AX는 약 2년 반 만에 사업에서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대구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자체가 좌초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여러 회사가 문의를 해오고 있고 실무적으로 조율 전 단계"라며 "제일 좋은 방안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사업자가 대기업이 아닐 경우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투자 규모는 기존) 그 이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상가 관계자 B씨는 "SK AI 데이터센터가 무산돼 실망이 매우 크다"며 "국가나 대구시에서도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이고, 명색이 수성구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대구 전체가 고령화되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 1인당 GRDP 33년째 꼴찌…20대는 떠난다
성장세도 더딥니다. 대구는 2024년 8대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0.8%)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2026년 1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에서도 올해 1분기 성장률은 2.4%로 반등했지만, 전국 평균(3.8%)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같은 기간 충북(13.8%), 경기(6.2%), 서울(4.8%)이 평균을 웃돈 것과 대조적입니다.
상권의 빈자리에서도 대구의 쇠퇴 징후가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15.5%에서 2025년 1분기 16.5%, 2025년 4분기 18.1%, 2026년 1분기 18.3%로 꾸준히 높아졌습니다. 특히 서문시장·청라언덕 상권은 같은 기간 28.3%에서 36.2%로 뛰었고 동성로 중심 상권도 19.8%에서 26.3%로 상승했습니다. 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의 여파가 전통시장과 도심 핵심 상권의 빈 점포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민선 9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가 투자유치단을 신설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유치를 임기 내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터라 더욱 뼈아팠습니다. 지난 3일 나온 영남권 투자 계획 역시 기대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총 312조원 규모였지만, 절반에 가까운 140조원이 울산 AI 데이터센터 몫이었습니다. 이에 지역에선 대구·경북에 배정된 투자 규모와 내용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 "단돈 1원도 못 가져왔다"
정치권의 대구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움직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TK 의원들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전략' 토론회를 열고 대구·경북이 반도체 생산기지의 최적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추 시장은 서면 축사에서 "오랜 시간 기반을 다져온 대구·경북을 외면한 채 정치적 이해관계나 논리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국가 재원의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도 "대구에는 경북대와 지능형 반도체 개발센터가 있다"며 "대구·경북이 손을 꼭 잡고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구의 판교'를 꿈꾸던 알파시티의 데이터센터 부지는 아직 공터로 남아 있습니다. 대구시는 새 사업자를 찾고 정치권은 기업 유치를 외치고 있지만, 33년째 이어진 1인당 GRDP 최하위 기록 앞에서 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더 이상 장밋빛 청사진이 아닙니다. 기업이 들어오고 청년이 머물며 빈 상가에 다시 불이 켜지는 변화입니다. 선거 때마다 반복돼온 '대구를 살리겠다'는 약속이 이번에는 빈말에 그치지 않을지, 알파시티의 텅 빈 부지가 그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