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중단되는 여천NCC 2공장 / 사진=연합뉴스
가동 중단되는 여천NCC 2공장 / 사진=연합뉴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설비 감축이 실행 단계에 들어서면서 관련주가 구조조정 기대와 함께 연일 강세다. 생산설비 축소뿐 아니라 차입금 분리와 정책금융 지원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롯데케미칼은 전 거래일보다 6.08% 오른 6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도 4.59% 상승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정부의 '여수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안 승인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지난 21일 종가와 비교하면 이틀 사이 10.95%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은 12.78%, DL은 10.65% 뛰었다. LG화학(8.38%)과 금호석유화학(6.02%), 대한유화(6.96%)도 나란히 상승했다.

정부가 추가 사업재편 의지를 밝히면서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부는 전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제출한 여수 1호 사업재편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과 기초소재 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세운 뒤 여천NCC와 통합한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도 폴리에틸렌(PE) 등 다운스트림 사업을 현물출자한다.

통합 과정에서 여천NCC 2·3호기는 3년 이상 가동을 중단한다. 감축 규모는 연간 139만t이다. 대산산단에서 가동 중단이 결정된 110만t까지 더하면 감축이 가시화된 국내 NCC 설비는 249만t으로 늘어난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수와 대산의 NCC 가동 중단 규모는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의 67~92%에 해당한다"며 "핵심은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계획 단계에서 실제 가동 중단과 기업결합 단계로 전환됐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여수에서도 대산과 비슷한 규모의 자산과 부채가 통합법인으로 이전된다고 가정할 경우, 대산과 여수 사업재편 이후 롯데케미칼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지난 1분기 말 10조3470억원에서 7조138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조건에서 부채비율은 76.0%에서 52.8%, 차입금 의존도는 32.4%에서 24.9%로 낮아질 것으로 계산됐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분할을 통해 존속법인의 부채와 차입금이 감소하면서 재무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라며 "구조개편 때 단행되는 금융지원은 적어도 몇 년간 재무 부담을 덜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최대 4500억원의 신규 자금과 채무 상환 유예, 수입보험료 할인 및 2000억원 규모의 수입자금 대출보증 등을 포함해 700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도 각각 2725억원씩 총 5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여천NCC의 부채 상환을 지원한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임승차 없이 모든 산단이 참여하는 사업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증권가에서는 단기간 내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재편이 참여 기업의 재무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공급과잉이 이어질 전망인 만큼 장기적인 주가 반등으로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한 데다, 국내 대형 증설 물량까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쓰오일이 9조원 이상을 투입한 국내 최대 석화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가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어 공급 부담을 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샤힌 프로젝트의 대규모 신규 물량을 감안하면, 이번 공급 조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진명 연구원은 "중국 증설 부담과 지정학적 위험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시황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