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 진압하던 소방 고가 사다리차들이 방수를 멈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후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 진압하던 소방 고가 사다리차들이 방수를 멈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쿠팡32물류센터 화재 당시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로봇 수백 대가 보관된 5층 상층부에도 불이 붙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진압대원을 건물 내부로 직접 투입해 집중 방수를 한 결과 치명적인 화재 확산을 저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소방당국의 쿠팡물류센터 화재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화재 초기 4층과 5층에 보관된 물류 이송 로봇을 이동시키려 했다. 하지만 6층 화재 발생 직후 무선통신 제어망이 상실되면서 원격 제어가 불가능해졌다. 랙 구조 특성상 지게차를 이용한 운반도 어려워 로봇을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4층과 5층에는 리튬배터리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물류 이송 로봇 수백대가 보관돼 있었다. 5층까지 연소가 확대되면 열폭주로 화재 커지는 것은 물론 인근 석유화학 공장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소방은 6층 화재의 강한 복사열과 외벽 패널을 통한 5층 연소 확대 위험이 매우 높다고 판단해 5층을 최우선 연소 차단 구역으로 정했다. 실제로 6층에서 5층으로도 연소가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은 5층 내부 상층부 패널 2곳에서 연소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소방은 진압대원을 내부로 직접 진입시켜 집중 방수를 실시해 적극 방어했다. 외부에서도 외벽 상층부에 집중 방수해 냉각 차단막을 유지해 불길 확산을 막았다. 소방은 이번 화재 진압이 장시간 이어진 배경으로 물류센터 특유의 구조를 짚었다. 6층 내부는 3단 랙과 메자닌 구조로 생활용품 등 가연물이 대량 적재돼 화재 하중이 컸다. 강한 복사열이 발생하면서 방화셔터는 녹아내렸다.

사실상 방화구획이 무력화됐다. 이에 화재 발생 구역에서 인접 구역으로의 연소 확대를 막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소방은 설명했다.

층고가 약 10m에 달하는 점도 진압 장벽을 높였다. 내부 가연물 상부와 심재부까지 소방용수가 충분히 침투하지 못했다. 6~7층에서 화재가 집중되면서 지상 방수의 효율도 낮아졌다. 대량의 소화용수를 지속해서 공급해야 하는 점도 진압을 어렵게 했다.

건물이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서 일부 붕괴 위험도 커졌다. 콘크리트 파편이 도로까지 비산했다. 60m 이상 높이에서는 샌드위치 패널 철판 등이 낙하했다. 소방 장비 운용과 대원 진입에도 큰 제약이 발생했다.

소방은 화재가 5층까지 확대될 경우 리튬배터리 열폭주로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인근 LPG시설과 석유화학 공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펌프차 등을 선제 배치하고 화학공장 수막 설비를 가동하는 등 인접 위험시설로의 연소 확대를 차단하는 데도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께 인천시 서해구 석남동에 있는 지상 8층, 연면적 29만 9000㎡ 규모의 쿠팡 32물류센터에서 일어났다. 소방 당국은 내부에 보관 중인 다량의 가연성 물질과 복잡한 건물 구조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다가 61시간 만인 전날 오후 8시께 큰 불길을 잡았다. 현재는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