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활동도 이렇게까진 안했는데"…BMK '깜짝 근황' [본캐부캐]
"앨범을 냈을 때도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활동하진 않았어요. 인터뷰에 유튜브 출연까지 회사도 깜짝 놀라더라고요.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요? 필요한 거니까요. 특수학교에서 예술 수업이 꾸준히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경닷컴 사옥을 방문한 BMK(본명 김현정)는 이같이 말했다. '꽃피는 봄이 오면'·'물들어'·'하루살이' 등의 곡으로 큰 사랑을 받은 '소울 대모' BMK는 이날 가수가 아닌 국립서울맹학교 음악 교사로서 인터뷰에 나섰다.

많은 이들이 BMK 하면 압도적인 성량에 솔풀한 감성을 쏟아내는 모습을 바로 떠올릴 테다. 그런 그가 최근 무대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특수학교인 서울맹학교다. 2024년 10월 특강으로 시작해 이곳에서 약 2년여간 음악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교의 교육 과정을 밟는 가운데, BMK는 방과 후 수업으로 마음을 돌보고 용기를 심어주는 '음악의 힘'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맹학교에는 중도시각장애인(후천적 시각장애)분들이 온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시각장애가 생긴 분들"이라면서 "내가 그동안 배우고 준비한 걸 여기서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MK는 수원여대·백제예술대·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김천대 등에서 실용음악 강의를 하며 교수로 무려 22년간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2020년까지 전공생들을 가르치던 그가 서울맹학교로 눈을 돌리게 된 건 2024년. 중도시각장애인 지인을 통해 학교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BMK는 "무료 특강을 할 테니 제발 시간 좀 내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했다.

특강 타이틀은 'BMK와 함께하는 세계음악여행'이었다. BMK는 "수업을 들어보고 학생들의 반응을 보라고 했다.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음악을 들려주는 수업이었다. 재즈를 들으면서 미국을, 클래식을 들으며 유럽을 여행하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이 되고 나서 처음 가는 세계여행이었어요."

특강을 들은 학생은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그때 BMK는 또 한 번 강력한 '음악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서울맹학교에서의 일명 'BMK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가수 활동도 이렇게까진 안했는데"…BMK '깜짝 근황' [본캐부캐]
특수학교에서 없던 수업을 만들고, 이를 유지한다는 건 사실 '제 발로 고행길에 접어든 것'과 다름없었다. BMK는 수업에 함께 참여할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 나섰고, 그들에게 넉넉한 페이를 지급할 수 없어 늘 미안함이 크다고 했다. 사비까지 털어가며 이들과의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오로지 수업을 위해서였다.

BMK는 "성우 선생님이 와서 낭독을 하고, 요가 선생님이 와서 싱잉볼 수업도 한다. 또 전문 작사가가 와서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글로 써보도록 한다. 특수학교이기 때문에 고숙련자분들을 모셔야 수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제 개인의 프로젝트처럼 진행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스템화가 되어야 한다"며 교육부 및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더 많은 특수학교 학생들이 예술 수업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고 싶다는 계획은 첫 특강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2025년 1학기 20회분의 수업을 전부 영상으로 남겼고, 꼼꼼하게 편집까지 했다. 당연히 학생들의 동의를 얻었다. "이런 수업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어요. 저도 보면서 놀랐어요. 1학기, 2학기 학생들의 표정이 다르더라고요. 1학기엔 처음이니까 표정이 심각한데, 2학기 때는 다들 웃고 있어요. 정말 신기했죠."

좋은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은 선생의 마음은 넓고 깊었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에 매번 머리를 쥐어짜면서도 이 일을 멈출 수 없는 건 학생들의 변화가 또렷하게 전해지기 때문이었다.

BMK는 첫 수업을 떠올리며 "너무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는 "첫 수업뿐만이 아니다. 두 번에 한 번꼴로 우는 것 같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울림이 크다"면서 "학생들이 늘 '서울대 음대 학생들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그만큼 자부심을 가진, 고숙련자들이 오지 않으면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 선생님들은 큰 꿈을 같이 끌고 가는 멤버들"이라고 강조했다.

BMK는 음악치료사 자격증 1, 2급을 보유 중이다. 힘들게 자격증을 취득했다면서 서울맹학교 강사 지원 시에 한 줄 추가할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음악치료사 자격증을 따게 된 데에는 10여년 전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조카의 말이 동기가 됐다. "이모 직업이 뭔지 아느냐"라고 묻자 "사랑받는 사람이지"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BMK는 "충격받았다. 단순히 음악 하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사랑받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는 걸 처음 인지했다. 음악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었는지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거다. 그때부터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 사랑받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그 재능으로 무언가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BMK를 위해 저동초등학교 측에서 운동장에 하얀색 가루로 이름을 새기는 선물을 준비했다. /사진=BMK 측 제공
BMK를 위해 저동초등학교 측에서 운동장에 하얀색 가루로 이름을 새기는 선물을 준비했다. /사진=BMK 측 제공
BMK가 실천하는 나눔과 배움의 가치는 조용하지만, 삶의 곳곳에서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울릉도에 있는 저동초등학교에서도 특강을 진행했다. 다이빙 투어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저동초 교장 선생님의 "한 번 놀러 오시라"는 말이 발단이 됐다. 올해도 학교를 찾았다. 학생들과 꿈꾸는 10년 뒤의 모습을 적어 타임캡슐에 넣었다. 그렇게 또 10년 뒤의 만남을 기약했다고. BMK는 "울릉도는 워낙 멀리 떨어져 있지 않나. 기회가 있을 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간 수업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다. 차분히 답하던 BMK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이내 주르륵 흘렀다.

"최근에 서울맹학교에서 동화책 낭독 수업이 있었어요. 성우 선생님이 선창하면 학생들이 후창하는 거였죠. 비둘기가 (하늘을) 난다는 내용이었고, '나, 난다'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그때 다들 얼마나 울었나 모르겠어요. 학생들이 절규하듯이 외치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절대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수업 내용이 좋고 안 좋고는 의미가 없어요. 그분들이 입 밖으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게 의미 있는 거죠. 이런 수업이 오래 지속됐으면 합니다."
"가수 활동도 이렇게까진 안했는데"…BMK '깜짝 근황' [본캐부캐]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