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기고] 해양재난 대응에는 '쉼표'가 없다
장인식 해양경찰청장 직무대행
씨프린스호 사고 이후에도 2007년 태안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2014년 여수 원유부두 충돌 등 대형 사고를 거치며 해양경찰은 해양오염 사고 대응 총괄기관으로서 현장 대응력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해역별 위험성을 평가해 방제함정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권역별 방제지원센터를 통해 신속한 자원 투입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상 악화가 빈번한 여름철, 일순간의 방심은 언제든 국가적 재난을 촉발할 수 있다. 오늘날의 해상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다. 선박은 대형화하고, 항로는 밀집해 있으며, 취급 화물은 다양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 이변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현장에서 즉각 작동하는 정교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해양경찰은 다음 네 가지 핵심 과제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첫째, 석유비축·에너지 밀집 해역의 사고 시나리오를 더욱 촘촘히 설계한다. 울산, 대산, 여수 등 대형 유조선이 집중되는 해역을 대상으로 주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응 시나리오를 새롭게 정비하고 방제 자원을 전략적으로 운용해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초동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둘째, 복합 해양오염사고에 대한 전방위적 대응력을 강화한다. 단순히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를 넘어 화재와 폭발을 동반하는 재난적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험·유해성이 높은 화학물질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고도화하고, 주요 항만의 민·관 협력을 공고히 해 어떤 형태의 사고에도 빈틈없이 대응할 것이다.
셋째, 변화하는 해상 환경을 반영한 실전형 교육·훈련의 정례화다. 실제 발생 가능한 사고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실전이나 다름없는 민관 합동훈련을 반복해 우리의 대응체계가 거친 바다 위에서 진가를 드러내도록 할 것이다.
넷째,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공간정보 기반의 스마트 방제지원시스템 구축이다. 친환경 연료 추진선박 구조를 시각화해 초기 대응을 용이하게 하고, 해양기상정보를 연계해 오염 확산 경로를 예측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무인 방제로봇 등 개발에도 속도를 내 위험 해역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해양오염사고 대응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이다. 해양경찰의 정책 노력과 함께 바다를 일터로 삼는 해양 종사자 및 민간 방제 자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맞물릴 때, 우리의 바다는 비로소 청정한 안전지대가 될 수 있다. 어떠한 해양 재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대응체계,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국가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