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적분할 규제, 동기 아니라 이해충돌 겨눠야
지난 6일 금융당국이 예고한 중복상장 규제의 진짜 의미는 개별 조항이 아니라 그것이 담은 설계 철학에 있다. 새로운 규제는 기업의 일반적인 상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오직 모회사의 핵심 사업을 떼어 별도로 상장하는 물적분할, 즉 지배주주는 이익을 얻고 일반주주는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비대칭적 국면에만 주주 동의와 ‘3% 룰’이라는 규율을 걸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시가총액의 11.2%로 미국(0.05%), 일본(4.0%)을 크게 웃돌아 오래도록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국가의 지배구조 개혁에는 본질적인 난제가 있다. 지배주주의 순기능인 장기적·전략적 의사결정과 역기능인 사익 편취가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난 행위는 같은데 동기가 다르다. 저수익 확장이 무모한 제국 건설인지 전략적 포석인지, 계열사 합병이 ‘터널링(자산 빼돌리기)’인지 시너지인지는 사후에조차 판별하기 어렵다. 동기는 관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율을 행위 자체에 걸면 순기능이 위축되고, 걸지 않으면 역기능이 방치된다. 이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 경영판단의 원칙이 존재하지만, 그 원칙이 때로는 사익 편취에 대한 면죄부로 악용되기도 한다.

대칭성의 원리는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와 같은 조건으로 이익을 얻는 결정, 즉 자기 지분 가치에 비례해 이익과 손실을 나누는 결정은 순기능일 확률이 높으니 자유롭게 허용한다. 반대로 지배주주만 얻고 일반주주는 잃는 비대칭적 국면, 곧 물적분할과 합병비율 산정, 자기거래, 승계 관련 자본거래에만 두꺼운 규율을 걸면 된다.

관찰할 수 없는 동기 대신, 관찰 가능한 ‘이해충돌 구조’를 정조준하는 것이다. 이해충돌이 없는 국면에는 의사결정의 자유를 주고, 이해충돌이 뚜렷한 국면에만 주주 동의라는 사전 관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규제는 그 원리를 순수하게 구현하고 있다. 주식 비중이 낮은 자회사는 동의 대상에서 면제하고 물적분할에만 주주 동의를 요구한 차등 설계 역시 이해충돌의 크기에 비례해 규율의 두께를 달리한 결과다.

물론 이 원리도 만능은 아니다. 어디까지를 이해충돌 국면으로 볼 것인가의 경계를 놓고 다툼이 시작된다. 실제로 규제가 자금 조달이라는 순기능을 살리려고 첨단산업의 대규모 투자에 예외를 두자, 그 예외의 경계가 곧바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동의 방식을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소수주주 다수결(MOM)이 주주평등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3% 룰’을 택했다. 하지만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안건인 만큼 오히려 소수주주 다수결이 맞다는 반론과, 3% 룰이 대주주의 정당한 재산권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론이 양쪽에서 팽팽히 맞선다. 이해충돌을 겨눈다는 원리에는 합의해도, 겨냥의 각도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이 정책의 가치는 다툼의 지형을 옮겼다는 데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라는 하드웨어가 장착됐다. 이제 관건은 어느 국면에서 어떻게 그 의무를 다했는지 묻는 소프트웨어의 정착이다. 대칭성의 원리는 그 물음에 대한 유연한 답이다. 지배구조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이해충돌 지점만 골라 조준하는 이 장치를 합병비율과 자기거래, 경영판단 원칙으로 확장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결국 조준의 정밀도를 얼마나 높이느냐에 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