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이라크 총리와 회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기업인 출신인 알자이디 총리는 ‘중동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이란 성향 후보 대신 그가 총리가 되도록 지원해왔다.  /AP연합뉴스
< 트럼프, 이라크 총리와 회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기업인 출신인 알자이디 총리는 ‘중동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이란 성향 후보 대신 그가 총리가 되도록 지원해왔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화물가액의 20%를 통행세로 거두겠다는 구상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그 대신 무역협정을 통해 걸프 국가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중동 지도부와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걸프 국가들이 미국과 체결할 무역 및 투자 협정으로 20% (호르무즈해협 통행) 수수료를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번복한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SNS로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점령”하고 통제하며 이 지역을 지키는 대가로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실린 화물가액의 20%를 통행료로 받겠다고 했다. 이는 한창 전쟁이 벌어지던 시기 민간 보험사에 내는 보험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쟁 발발 전 보험료가 1~2%이던 것과 비교하면 열 배 이상이다. 로이터통신은 통행량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20% 통행료 부과 시 미국이 하루 2억4000만달러(약 3500억원)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지역 지도자들이 전화해서 “해결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 통행료는 사실상 해협 통항 실익이 사라지는 수준으로 중동 산유국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그 누구도 이 해협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미국의 이런 태도가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시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협회인 빔코의 야콥 라르센 최고안전보안책임자(CSSO)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세계적으로 운송 비용을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각국 지도자 역시 항행의 자유에 관한 국제 관례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면 이런 관례가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미군 주둔 규모 키울까

미국이 이 지역에 대한 안보의 대가를 받는다고 할 경우 어느 정도까지 안전 보장에 관한 약속을 지킬 것인지가 관심사다. 미국은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후 유럽·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한 척 이상을 배치했지만 지난해 10월 포드호가 중남미 지역으로 재배치되면서 공백이 생겼다. 서반구에 집중하겠다고 한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후 이란 전쟁이 시작되자 미국은 다시 중동에 항공모함을 집중시켰다. 한때는 포드·링컨·부시호 총 3척이 있었으나 현재는 포드호가 빠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지켜주는 대가로 걸프 국가의 투자를 받겠다고 했지만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방위 태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항공모함만으로는 이란의 비대칭 위협을 완전히 억제하기 어렵다. 항공모함의 중동 집중은 다른 지역의 전력 공백으로 이어지는 문제도 있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향후 이란 인근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미국이 이 지역에 대한 전력 강화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배치된 현재 전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비용을 분담시킬 가능성도 있다.

◇네타냐후, 이번 주말 방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주말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주 별세한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의 추모 행사 참석차 오는 18일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방미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길 원하지만 회담이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방미를 계기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및 시리아 철수가 논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말 공동으로 이란 공격을 시작했지만 종전 해법을 두고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의 출구 찾기가 급한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권 전복과 핵·미사일 프로그램 완전 제거를 주장하며 종전 노력을 거부해왔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