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기록부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생기부 컨설팅’ 관련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학교생활기록부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생기부 컨설팅’ 관련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대치동의 한 입시컨설팅 업체를 이용하는 고등학교 1학년 학부모 A씨는 최근 업체로부터 ‘다음달부터 학교생활기록부를 이메일로 제출받거나 별도로 보관하지 않겠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오는 29일 시행되는 개정 초·중등교육법 때문이라고 들었다”며 “업체가 학생부를 보관할 수 없게 돼 상담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부 컨설팅을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진행 방식만 달라질 뿐 사실상 기존과 비슷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14일 학원가에 따르면 주요 학군지의 대입 컨설팅 업체가 학생부 컨설팅 프로그램 운영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29일부터 학교생활기록부의 상업적 이용을 제한하는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 법은 학교생활기록을 취득해 영업 목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생기부 컨설팅’ 관련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학교생활기록부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생기부 컨설팅’ 관련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업체는 학생부 원본이나 파일을 받아 보관하는 대신 상담 현장에서 학생, 학부모가 제시한 학생부를 열람한 뒤 곧바로 돌려주거나 소개제로만 운영하는 방안을 주로 검토하고 있다. 상담 내용은 별도의 분석 자료로 제공하지 않고 구두로 설명한 뒤 학생이 직접 메모하도록 한다.

학군지의 소규모 컨설팅 업체가 ‘꼼수 영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지자 다른 지역 수험생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주로 이용해 온 대형 입시업체는 학생부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대규모 수집해 온 만큼 관련 서비스를 잇달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가스터디는 법률 검토를 거쳐 올해부터 학생부 기반 대입 수시 모의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무료로 운영돼 해마다 수만 명이 이용한 서비스지만 수강생 모집, 마케팅 등 영업 목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종로학원 역시 학생부 관련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대형 입시업체의 온라인 서비스 중단이 지역 간 입시 정보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중랑구에서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당장 9월부터 수시 원서를 써야 해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해 지원 전략을 세우려고 했는데 갑자기 선택지가 사라졌다”며 “사는 지역에서는 전문적인 입시컨설팅을 받을 만한 업체를 찾기 어려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강북구 학부모 김모씨는 “대형 입시학원의 온라인 서비스가 중단되면 시간을 내 대치동까지 찾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주 지역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입시 정보에 격차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공교육 중심의 진학지도를 강화해 사교육에 쏠린 상담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4월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현직 교사 500명을 대입상담교사단으로 위촉했다. 교사단은 내년 3월까지 전화와 온라인으로 1 대 1 상담을 제공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학교에서 이뤄지는 진학 상담까지 포함하면 공교육이 제공하는 상담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교육이 제공하는 상담이 사교육 컨설팅만큼 세밀하고 전문적인 수준에 이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동에서 고3 자녀를 키우는 강모씨는 “교육청 상담을 이용해본 적이 있는데 학군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상담했다”며 “아무래도 맞춤형 전략은 사교육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